매일신문

[사설] 실패한 낙동강 보 개방 정책 답습, '생명줄 끊는다' 농민 울분 듣고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 공약 중 낙동강 보(洑) 개방 정책이 인근 농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어 4일 앞으로 다가온 6·3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注目)된다. 낙동강 보에 의지해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보가 생기기 전엔 장마철 홍수로 마을과 농작물이 잠기고 가뭄 때는 물 부족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웠다" "보 덕분에 그동안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었다. 보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농민들의 생명줄을 끊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며 보 개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보 개방으로 수위(水位)가 낮아지면 물을 끌어올 수 없어 농업용수 확보에 큰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낙동강을 비롯한 금강, 영산강 등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따라 보가 설치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2021년 4대강 보 해체·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보 개방을 강행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보 개방 결정이 부당(不當)하게 이뤄졌다는 감사원 결과가 발표됐고, 보 해체·개방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사실상 실패로 판명된 정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공약집을 통해 "4대강 '재자연화'로 수질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낙동강 등 4대강 보를 전면 개방하고, 금강, 영산강 보 해체 결정 취소를 원상태로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수질이 나쁘면 개선(改善)해야 한다. 그런데 4대강 사업 이후 홍수·폭우 피해가 줄고, 농업·생활용수의 원활한 공급으로 가뭄 극복에도 도움이 되며 수질은 오히려 개선됐다는 감사 결과까지 나왔는데 수질 개선을 이유로 보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4대강 재자연화'를 내세웠는데 지금의 낙동강은 '자연'이 아니고 보를 개방해야 비로소 자연화되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이 후보가 대선이 코앞인 지금 해야 할 것은 같은 정당의 실패한 정책 답습(踏襲)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울부짖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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