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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이영욱] 성주참외, 장점의 역설과 단점의 반전

이영욱 경북부 기자
이영욱 경북부 기자

성주참외는 전국 참외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과일로 자리 잡았다. 높은 당도, 얇은 껍질, 아삭한 식감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전국 도매시장을 장악했고, '성주참외'는 브랜드 자체로 품질 보증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특성은 성주군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되었고,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강점은 때때로 구조적 취약점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참외가 성주군 농업의 절대적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기상 악화나 병충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집중된다. 2007년 오이녹반모자이크 바이러스에 의한 마니다라 참외 피해, 2019년 갑작스러운 저온현상과 이어진 고온다습한 기후에 따른 탄저병 확산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하며 시장 가격은 폭등했지만, 판매량이 바닥을 기어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지역 경제 전반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도소매 유통업체, 농자재 업체까지 연쇄적인 타격을 입었다.

또 다른 역설은 출하 시기의 집중이다. 성주참외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집중적으로 출하되는 데, 이 시기 공급 과잉이 반복되며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된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특성상 장기 유통이 어렵고, 수확한 참외는 곧바로 시장에 내보내야 하므로 단기간에 유통량이 폭증한다. 가격이 내려가도 출하를 멈출 수 없기에, 농가는 수익보다 손실을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유통량 조절을 위해 공동출하 시스템이나 경매시장 외 직거래, 온라인 판매 확대 등의 시도가 있지만, 여전히 가격 변동성은 농가의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올해 5월 홍수 출하에 따른 가격 폭락이 좋은 예다.

그럼에도 저장 불가능이라는 특성은 또 다른 형태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과일이 저장 유통이 가능해 국내 공급이 부족할 경우 수입이 늘어나지만, 참외는 수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은 특성상 장거리 운송이 어렵고, 외국산 참외가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다. 참외는 중앙아시아, 중국,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지에서도 소량 생산되지만, 수확 후 5~7일을 넘기면 품질이 급격히 저하돼 항공 운송을 제외한 모든 경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성주참외가 고정된 내수시장에서 외부 경쟁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저장 불가능이라는 단점이 무역 장벽이 되어 성주 농가를 지키는 셈이다.

이처럼 성주참외는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다시 장점으로 돌아오는 독특한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당도, 연피의 장점은 유통 단기화라는 취약점으로, 저장 불가능이라는 약점은 수입 불가라는 보호막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양면성은 단순히 작물의 특성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경제와 유통 구조, 농정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 구조는 기후 변화나 유통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미래지향적 대응이 필수적인 이유가 된다.

성주군과 농가들은 이제 참외의 단점이 어떻게 장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역설과 반전 사이의 성주참외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참외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꼭 풀어야 할 과제다. 저장형 품종 개발, 출하시기 분산, 수출, 고부가 가공산업 육성 등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순환 구조를 보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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