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조두진] '고졸 출신'이 영부인이 되겠다고?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가 지난달 24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가 지난달 24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친민주당 성향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서 "김문수 씨가 대학생 출신 노동자로 찐노동자(고졸 노동자 설난영)와 혼인한 거예요. 그러면 그 관계가 어떨지 짐작하실 수 있죠? 김문수 씨는 너무 훌륭한 사람이에요, 설난영 씨가 생각하기에는. 나하고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런 남자와 혼인을 통해 내가 조금 고양(高揚)되었고, 국회의원 사모님이 되었죠. 남편을 더욱 우러러보겠죠.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됐어요. 더더욱 우러러보겠죠. 그런데 대통령 후보까지 됐어요. 원래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거예요.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 씨의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예요. 이제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뜻이죠"라고 말했다.

인구센서스 자료와 연도별 교육 통계자료를 보면, 대졸 이상 학력자는 1960년 약 2%, 1965년 3%, 1970년 5%, 1975년 7%, 1980년 10%, 1985년 15%를 기록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학 진학률이 급증했다.

그 시절, 한국인 학력이 낮았던 것은 나라가 가난하고, 부모가 가난했기 때문이다. 1960, 70년대에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엄청난 '부모 찬스'를 누린 사람들이다. 국가로부터도 혜택을 받았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공부 안 하고 놀아도 대학만 졸업하면 비교적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유시민은 국회의원도 했고, 장관도 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이 진학보다는 노동 현장으로 갔다. 그들이 고등학교·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것은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부모를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교육 기회가 현저히 적었다. 많은 여성들은 오빠나 동생의 학업을 위해 희생했다. 그들은 공장에서 야근을 밥 먹듯이 했고, 잔업 수당을 벌기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다. 그들이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집으로 돈을 부친 덕분에 고향의 오빠와 동생들은 먹고 입고 공부했다. 그들이 밤을 새워 만든 가발과 고무신과 옷가지와 간단한 기계 부품과 전자 부품은 허약했던 대한민국이 오늘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는 기초가 되었다. 유시민은 이 모든 헌신과 노력과 성취를 '학력 계급'으로 구분해 모독(冒瀆)했다.

그뿐만 아니다. 유시민은 한 여성의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그저 남편에게 기대어 '우쭐'하는 수준으로 비하했다. 함께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는 동반자의 협력을 우열 관계로, 권력 서열 관계로 폄훼(貶毁)한 것이다.

발언이 비판을 받자 유시민은 "계급주의나 여성, 노동 비하 의도는 없었다"면서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설 씨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란 내재적 접근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인의 마음을 어떻게 아는가? 궁예도 울고 갈 '관심법'이다. 해괴한 논리로 또 한 번 여성과 노동자를 조롱한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유시민의 그 이후 발언이다. 그는 "제가 막 비난받는다고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더라. 어제오늘 욕을 먹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가 지난 3년간 당한 거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안 된다. 이런 정도의 비난을 365일 받으며 수년간 살아온 사람이 생각나더라. 그 삶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이런 생각이 주류가 되는 나라, 이런 자들이 쥐락펴락하는 나라가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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