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강 브로맨스 자랑하던 트럼프-머스크, 결국 갈라서나

트럼프 "머스크, 대단한 마약중독자"
백악관 실세들, 머스크 떠나자 맹공
우군도 "대통령 공격한 건 큰 실수"

지난 3월 14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당시 정부효율부 수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삿대질을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 3월 14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당시 정부효율부 수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삿대질을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브로맨스가 봉합 불가 수준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대규모 감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된 뒤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서로를 맹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머스크에 "매우 실망했다"며 비판하자 머스크도 SNS 댓글로 트럼프 탄핵에 지지를 표시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이 손절 모드에 합류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언론 인터뷰에서 관계 정상화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황당한 일 처리 방식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머스크를 감싸던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를 포기하기까지 둘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결정적 사건들과 내막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SNS를 통해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 따른 충격과 실망감을 측근들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대단한 마약 중독자"로 지칭하며 머스크의 돌발적인 행동이 약물의 영향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일 처리 방식도 WP가 꼽은 결정적 사건 중 하나였다. 지난 2월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팀은 연방정부 직원 전체에 '지난 일주일간 이룬 성과 다섯 가지를 작성해 보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마저 사전에 관련 정보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행정부 소속이 아닌 연방 지방판사나 기밀 정보를 다루는 부서에도 이메일이 발송되면서 머스크의 일 처리 방식이 백악관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정부 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진 배경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이 일을 계기로 머스크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4월에는 백악관 안에서 관세 정책 등을 놓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주먹다짐에 가까운 다툼을 빚었다. 이를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건 너무 지나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4월 말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몰두하겠다며 백악관 일에서 손을 떼자 터져 나왔다. 머스크와 갈등을 빚었던 세르지오 고르 백악관 인사국장은 재러드 아이작먼 당시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자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게 여러 차례 정치적 기부를 했다는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아이작먼은 머스크의 측근으로 분류된 인사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작먼의 후보 지명을 철회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머스크가 부통령 후보로 자신을 추천한 걸 알게 돼 우호적 관계를 맺어 온 밴스 부통령도 손절 대열에 합류했다. 밴스 부통령은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머스크의 사업이 계속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느끼는 좌절감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렇게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 연합뉴스

◆박살 난 브로맨스 확인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자신의 핵심 정책인 감세법안을 머스크가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터졌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부 재정에 관한 머스크의 입장은 원래 알고 있지 않았느냐며 진정시키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 집무실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참았던 악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머스크도 맞받아쳤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큰 폭탄을 투하할 때가 왔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으며, 이게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일련의 공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NBC 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여기에서 그는 머스크와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고, 그와의 관계가 끝난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나는 그렇게 추정한다. 그렇다"고 했다. 박살 난 브로맨스가 확인된 셈이다.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다른 일을 하는데 너무 바쁘다. 그와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잘라 말하며 "머스크가 대통령직에 대해 무례했다. 나는 그것이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최측근으로 부상했던 머스크와 자신의 관계는 끝났다며 머스크가 야당 의원들을 후원할 경우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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