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마(天馬)가 서쪽을 향해 비상하고 있고 모습의 가야산(伽倻山). 한국 12대 명산의 하나로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 경계에 있는 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가야산의 이름은 가야산 외에도 우두산(牛頭山)·상왕산(象王山)·설산(雪山)·중향산(衆香山)·기달산(怾怛山) 등 여섯 가지가 있었다. 주봉은 상왕봉(象王峯, 1,432.6m)과 칠불봉(七佛峯, 1,433m).
가야산 지명의 유래와 관련해 세 가지 주장이 있다. 첫째로 옛날 가야 지방이라는 역사적 명칭에서 '가야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는 것. 정설이다. 그런데 불교 전래와 802년 해인사 창건 이후 범어(梵語)에서 '가야'는 소를 뜻하고 '가야산'은 인도의 불교 성지여서 '가야산'이라는 명칭이 정착됐다고 한다. 둘째로 불교 전래 이전 주봉의 형상이 소의 머리와 비슷해 '우두산'이라고 불렀다. 셋째로 주봉 상왕봉의 '상왕(象王)'이 '열반경'에서 부처를 말하는 것이어서 '상왕산'이란 명칭도 사용한 바 있다.
가야산, 우두산, 상왕산이란 이름은 모두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가야산의 모습이 위성사진에서 너무나 뚜렷하게 천마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니, 천마의 의미를 그냥 간과할 수 없다. 전통적인 풍수지리의 두 유파인 이기론(理氣論)과 형세론(形勢論)으로 따져 볼 것도 없다. 필자의 눈에는 그냥 가야산 정상 일대의 형상은 천마(天馬) 그 자체다. 심지어 천마총의 천마가 백마(白馬)이듯이 가야산의 천마도 백마다. '천마산'이란 별칭을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다.
천마총의 백마는 신마(神馬)로서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야산의 천마가 우리에게 알리는 하늘의 뜻은 무엇일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인가. 그 해답은 역시 가야산의 해인사에 있다. 해인사의 '해인(海印)'에 있는 것이다. '해인'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부처의 지혜로 우주의 모든 만물을 깨달아 아는 일이며, 법의 관조를 바다가 만상(萬象)을 비추는 것에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한마디로 '해인'은 '바다처럼 넓고 깊은 지혜'를 의미한다.
과연 오늘 우리에게 가야산의 천마는 어떤 지혜를 주고 있는 것일까. 팔만대장경이 담고 있는 반야의 지혜인가. 가야산의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의 접화군생(接化群生) 지혜인가. 불이(不二)요 일원상(一圓相)이며, 만법귀일(萬法歸一)-만물동근(萬物同根)의 지혜를 일컬을 터.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는 "접화군생의 접은 관계, 화는 순환, 군은 다양성, 생은 생명으로 뭇 생명에 다가가 사귀어 감화시키고 변화시키고 교화하자는 공동체 정신이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임진왜란 당시 승군 의병을 지휘했던 사명대사(四溟大師) 유정(惟政)이 홍제암에서 입적 직전에 외친 '우주 자연의 변화로 광대한 덕화'인 '대화(大化)'의 지혜이기도 하다. 그 지혜는 일제 강점기 해인사 청년 승려들의 독립만세운동과 항일운동으로 이어진 것이고...
일찍이 시인 오탁번은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란 시에서 "천마의 울음소리에/천오백년 깊은 잠을 자던/왕과 백성들이/천마표 타임머신 타고/광속(光速)으로 달려온다"고 노래했다.
그렇다. 일천오백의 세월을 뛰어넘어 천마총의 천마가 AI시대를 맞아 가야산의 천마로 대변신, 광속으로 달려오고 있다. 우리에게 '대지(大智)'를 주기 위해. 그리고 서쪽 하늘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조한규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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