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에서 장애인 유권자들을 위해 각 당이 발표한 '쉬운 공약집'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적잖다. 공약집 발표도 늦은 데다 정보 전달에 있어 공약 요약에만 급급한 모습이어서 '쉬운 정보 제공'에 대한 하위법령 마련 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부랴부랴 내놓은 쉬운 공약집
지난달 27~28일 6·3 대선 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은 발달장애인 유권자들를 위한 '쉬운 공약집'을 발표했다. 쉬운공약집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각 당들의 대통령 공약집에 담긴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는 장애인 후보와 함께한다'는 문구와 함께 카드뉴스 형태로 장애인 공약을 알리는 데 집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장애인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강화 ▷장애인 이동권 강화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기반 확립 ▷발달·정신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실시 등 주요 공약들을 '나에게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라', '어디든 편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나라', 원하는 곳에서 자립해 살 수 있는 나라' 등의 표현으로 바꿨다.
국민의힘 또한 비슷한 형식으로 '김문수 후보의 10대 공약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드린다'며 공약집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약을 '약속'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당시 김 후보의 경제 성장 공약, 청년 공약, 안보 공약 등을 '기업이 잘 되는 나라', '청년의 미래가 걱정 없는 나라', '북한의 핵을 이길 수 있는 나라' 등으로 안내했다.
다만 쉬운 공약집이 대선 5~6일 전, 심지어 사전투표일(29, 30일) 직전에 임박하게 나오면서 장애인 유권자가 충분히 공약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한 데다 정보 전달 측면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지적이 나왔다. 쉬운 공약집이 단순히 기존 공약 요약과 정보 대거 삭제에 그친 모습이면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존 정보를 축약시켜 제공하는 것이 쉬운 정보가 아니라 기존 정보를 쉽게 풀어주는 게 쉬운 정보다"라며 "정보 삭제가 돼서는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정보가 삭제되는 형태들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쉬운 정보를 잘 설명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국가적 매뉴얼이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공약집, 의무사항 아냐
쉬운 공약집 공보물은 현재 공직선거법상 의무 배포 공보물이 아니다. 그렇기에 쉬운 공약집은 당이 추가적인 비용을 마련해 공보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 이상 온라인 배포를 위한 파일로 만드는데 그친다. 선관위는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제작 방법을 후보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제작·배포가 의무는 아니다.
사실상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쉬운 공약집이 배포되고 있다 보니 정보 전달면에서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 '소소한 소통' 등 민간 사회적 기업들이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쉬운 공약집 개발에 대신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소소한 소통은 지난달 26일 '쉬운 10대 공약' 웹사이트를 개설해 전문용어와 한자어, 외래어가 많고 압축적으로 나열된 공약을 익숙한 단어들을 이용해 줄글로 풀어냈다. 줄글로 풀어 쓰는 게 어려운 전문용어는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도왔고 후보별 공약은 주제별로 그림을 넣어 구별하기도 했다.


◆관련 법 많지만 국회 계류 중
쉬운 공약집 개선 필요성은 매년 지적돼 온 사안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후속 논의는 지지부진하면서 이제라도 입법을 위한 본격 시동을 걸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월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 ▷발달장애인 선거인을 위한 별도의 예비후보자공약집, 선거공보물 작성 ▷그림 투표지 제작·사용 ▷청각장애선거인을 위한 한국 수어 또는 자막 방영 의무화 등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개정법을 발의했다.
이 외에도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이 쉬운 공보물 제작 등을 의무화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하지만 세 법안 모두 국회 계류 상태다.
공직선거법 개정과 동시에 발달장애인법 하위 법령 검토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발달장애인법 제10조에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각종 복지 지원 등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하여 배포하여야 한다'는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하위법령에서 어떻게 쉬운 정보를 마련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은 모호한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소외받는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해야 한다. 앞으로 꾸준히 '쉬운 정보' 시장이 만들어질 것인데 어떻게 이 정보를 만들지, 기준에 대한 적합성 또한 고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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