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명암 엇갈리는 경제지표, '허니문 랠리' 경계해야

5월 취업자가 24만5천 명 증가했다. 13개월 만에 20만 명 이상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천916만 명에 달했다. 경제활동인구는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3천만 명을 넘겼다. 은퇴 후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 있던 노인들이 취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는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넘겼다. 새 정부 출범(出帆) 이후 매일 상승세가 이어지는데,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외국인 매수가 주된 이유다. 우려했던 수출도 일단 회복세를 보인다. 이달 10일까지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5.4%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으로 따지면 15% 증가다.

경제지표에서 긍정적 신호들이 감지(感知)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안심하기 이르다. 고용통계에서도 명암이 엇갈린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37만 명 늘었지만 청년층 취업자는 15만 명 줄었다. 감소세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제조업·건설업 일자리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 15개월 만에 도매·소매업 취업자 증가는 반갑지만 대표적 내수 업종인 숙박·음식업 취업자는 3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숙박·음식점업의 금융권 대출액은 사상 처음 90조원을 넘겼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원가량 다시 늘었다. 계절적 요인에다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때문에 대출을 미리 받은 영향이 크다.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155조3천억원으로, 8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게다가 영업을 계속해도 대출 이자조차 못 내는 기업 비중이 역대 최고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의 '202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런 기업이 40%를 넘어섰다. 영업적자 기업 비중도 28%에 달했는데, 두 수치 모두 2013년 이후 가장 높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 회복 조짐이 조금씩 보이지만 '허니문 랠리'에 도취(陶醉)돼선 곤란하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기대심리가 현실에 반영될 수 있는 단호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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