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력(回復力)' 또는 '회복탄력성(回復彈力性)'을 뜻하는 'Resilience'는 그 어원이 라틴어 'resilire(다시 튀어 오르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대학원 강의에서 처음 알게 됐는데, 물리·경제·교육·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심리학 분야에선 인기 연구 주제로 국내에 자주 소개됐다.
그중에서도 미국 심리학자인 앨 시버트(Al Siebert)는 회복력에 관한 저명한 연구자로,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들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회복력은 한마디로 실패했을 때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시련이 닥쳤을 때 어떤 사람은 좌절해 무기력에 빠지지만, 회복력이 강한 사람은 다시 튀어 올라 원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둘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6·3 대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계엄·탄핵 직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무선 전화 면접) 결과, 민주당 46%, 국민의힘 21%, 개혁신당 5% 순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는 25%포인트(p)로, 5년 내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2·3 비상계엄 직후 24%,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직후 24%였는데, 그때보다도 3%p 더 하락한 것이다.
대선이 끝난 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서일까. 처절한 반성을 외쳤지만 국민의힘에선 쇄신의 분위기와 위기감이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고질적인 계파 간 반목과 이익(당권 경쟁) 다툼만 두드러진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장악 모습이 연일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긍정 평가가 높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재판 정지' 논란과 '3대 특검' 논란이 연거푸 제기됐지만,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정당 쇄신이 요구될 때마다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천막 당사'가 소환되곤 한다.
한나라당은 대선 불법 자금 사건으로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쓴 채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선 자금 수사,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최대 위기에 맞닥뜨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 대표 취임 다음 날 꽃가루 먼지 날리는 여의도 한쪽에 천막을 치고 당사를 열었다.
부패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고자 기소된 당원은 당원권을 정지하고 유죄 확정 시 영구 제명했다. 참신한 새 인물을 충원하기 위해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앙당 공천 권한을 각 시도당에 이양하는 '상향식 공천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런 쇄신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진 결과, 100석은 꿈도 못 꾼다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152석)에 이어 121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대선 참패 후에도 국민의힘 안팎에서 천막 당사 시절 같은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상황에선 박 전 대통령 같은 일사불란한 리더십도, 기득권 내려놓기도, 풍찬노숙(風餐露宿)의 결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구주류 친윤계와 친한계 반목은 여전하고, 이대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국민 신뢰를 어떻게 해야 회복할 수 있을지, 새롭게 꾸려지는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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