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두진의 전당열전] 李 대통령이 이화영과 조국을 사면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조국혁신당 당선인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조국혁신당 당선인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의 공치사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1일 자신을 특별 사면해 줄 것을 요구(사면을 요청하는 서명운동 동참 촉구)하고 나섰다. 이달 5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고 6일 만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고 7일 만에 대통령에게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24년 4월 총선 직후 구치소에 면회 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여러분도 누군가 대속(代贖)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위해 대속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 말이다. 그러니, 이 전 부지사의 사면 요구는 "내가 한 일은 당신을 위한 일이었고, 내가 갇혀 있는 것은 당신으로 인한 것이니, 풀어 달라"는 '공치사(功致辭)'이자 청구서인 셈이다.

▶유방이 권좌에 오르자 벼슬 다툼

중국 한나라 초대 황제 유방(劉邦·재위= 기원전 202년 ~ 기원전 195년)이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한 왕조를 세운 뒤 벼슬과 봉지를 나눠주었다. 이때 통일 전쟁에서 공(功)을 세운 공신들의 다툼이 심했다. 각자 자신의 공이 크다고 주장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작위와 봉지 규모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유방은 장량, 소하과 같은 문신(文臣)들의 전략과 책략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전장에서 활약한 무장들의 공은 다소 낮게 평가했다. 단적인 예가 명장 한신과 책사 장량을 비교하는 말이다.

"장량은 천하의 대사(大事)를 꾀한 자요, 한신은 장수에 불과하다."

공신에 대한 유방의 생각이 이러했으니, 무장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설화에는 도끼로 궁궐 기둥을 찍으면 불만을 터뜨리는 자도 있었다고 한다. 도끼 행패를 부린 장수가 영포라는 설(說)이 있다.

유방은 공신들의 불만을 누르고 국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택했다. 그 중 하나가 군국제(郡國制) 시행이었다. 중앙에서 직접 통치하는 군(郡)과 왕족이나 공신들에게 분봉하는 국(國)으로 나눈 것이다. 황제가 중앙을 직접 통치하는 동시에 제후들의 일정한 자치를 허용한 것이다.

또 하나는 숙청이었다. 유방은 통일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한신, 팽월, 영포 등 주요 무장들을 제거했다. 강한 군대를 거느린 장수들의 반란을 막고, 건국 초기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제도 정비와 숙청을 통해 한나라는 기초를 튼튼히 다질 수 있었고, 수백년 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숙청 당한 장수들을 비유하는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가 이 때 널리 알려졌다.

▶이화영이 '도끼' 휘두르면 골치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전 부지사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800만달러 불법 송금과 관련된 혐의로 작년 6월 기소됐다. 이 대통령은 자신은 몰랐다고 부인하지만, 이 대통령의 혐의는 이 전 부지사와 같은 구조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이 전 부지사를 사면한다면 이화영이 대통령에게 보낸 '사법 청구서'를 결제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면하지 않자니 이화영 전 부지사가 저 유방의 공신 영포처럼 "내 공을 인정해 달라"며 도끼라도 휘두르면 골치 아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어떻게 처리할까?

▶ 강력한 '무력'을 지닌 조국은?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 이화영 보다 더 골치 아픈 것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문제다. 조국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작년 12월부터 수감 중이다. 조국혁신당에서는 조국 전 대표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조국혁신당이 지난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한 빚을 갚으라는 얘기다.

조국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다. 조국혁신당이 지난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아서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아니다. 2024년 4월 총선(제22대 총선)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말이다. 당시 민주당은 공천 과정의 갈등(친명횡재·비명횡사)으로 대패가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 다수가 투표할 의지를 상실한 상태였다. 지지자들이 투표하지 않으면 패배는 자명하다. 그런데 조국 대표가 '지민비조(지역구 후보는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조국혁신당)'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이 구호는 구호에 그치지 않았고, 선거 돌풍을 일으켰다.

'지민비조'를 들고 나온 조국혁신당은 12석을 차지했고, 민주당 공천파동에 투표할 의지가 없던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끌어오는 원동력이 됐다. 조국당 비례대표를 찍어주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와 민주당 지역구 후보에게도 표를 던진 셈이다. 이로써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등 범진보 진영은 무려 189석을 얻었다. '지민비조' 캠페인 덕분에 거대한 반윤연대가 완성됐고, 거대한 야당의 공세를 견디지 못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국 전 대표의 공을 저 한나라 유방의 통일전쟁에 비유하자면 '한신 장군의 공'에 필적한다.

▶ 조국 전 대표를 달랠까, 내칠까

이 대통령이 이화영 전 부지사를 사면한다면 야당으로부터 "이화영이 이재명 대통령 죄를 대신 덮어 쓴 것을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날 것이다.

조국 전 대표 사면은 차원이 다르다. 그를 사면할 경우 단순한 비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나라 유방의 입장에 비유하자면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한신 장군을 활개 치도록 풀어주는 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면하지 않자니 공통 지지자들의 불만을 누르기 힘들다.

유방은 한신이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 그에게 죄를 씌워 죽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국 전 대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차라리 조국을 후계자로 여기면 간단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조국을 후계자로 여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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