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김종민] 검찰 해체 이후의 형사사법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7년 간 시행되어 오던 검찰제도가 폐지될 운명 앞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4대 검찰개혁법안을 제출했고 1년 내에 검찰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해체하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의 해체는 단순히 국가기관의 폐지를 넘어 형사사법제도의 근본 틀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륙법계 검찰을 바탕으로 한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1895년 제1호 법률인 재판소구성법 제정 당시부터 '검사와 사법경찰'에 관해 규정을 두고 있었다.

대륙법계 검찰제도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공익과 사회의 대표자인 검사가 사법경찰을 지휘해 수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범죄피해자의 사적 보복을 허용하지 않고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검사가 이들을 대신해 범죄자를 수사하고 처벌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검사를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사에게 사법관의 지위를 부여한다.

수사하는 경찰을 '사법'경찰이라 하고 행정경찰과 구분하는 이유도 수사권이 본질적으로 사법권이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가진 행정경찰 수장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검사의 지휘 하에 공정한 수사를 하라는 것이 사법경찰의 제도적 배경이다.

검찰개혁방안의 핵심은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되는 국가수사위원회다. 경찰(국가수사본부), 중수청, 공수처와 특별사법경찰을 지휘·통제·감찰한다. 11명으로 구성되는 국가수사위원회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압도적 다수 위원을 지명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 제2조의 중앙행정기관으로 설립되기 때문에 같은 법 제11조와 제18조에 의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국가의 모든 수사를 지휘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위원회는 수사 중 언제든지 수사기관에 대해 자료제출 요구, 현장조사, 사실조회 등을 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하도록 했다.

검찰은 기소권만 갖는 공소청으로 만들고 수사기능은 신설되는 중수청으로 이관한다. 그러나 행안부 소속으로 하고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는 행안부, 경찰 중심으로 구성해 제2경찰로 구조를 설계했다. 경찰권력은 대폭 확대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지휘하고 사법통제하는 시스템은 없다.

행안부장관은 경찰(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중수청에 대한 지휘권도 없다. 검찰 폐지와 경찰의 수사권 독점은 '전 경찰의 검사화'를 의미한다. 내란죄 수사과정에서 보았듯 경찰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것이다. 지난 6월 12일 사건을 불기소 처리해주겠다며 2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된 경찰의 사례처럼 부패의 유혹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검찰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검찰 문제의 핵심은 인사권을 수단으로 정권의 도구로 이용해 왔던 정치권력에 있다. 인사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검찰을 폐지해도 '정치검찰'이 '정치경찰'이 될 뿐이다. 집권여당 검찰개혁의 결론은 경찰이 주도하는 '국적 불명 형사사법제도의 탄생'이다.

정치권력이 강력하게 수사기관을 직접 통제한다는 점에서 중국식 공안통치와 유사하지만 중국 검찰은 헌법기관으로 나름대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경찰이 모델로 삼았던 영국도 검찰이 중대범죄수사권을 갖고 있다.

검찰개혁은 중대한 민생사안이다. 억울한 범죄피해자가 없도록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범죄자가 처벌되고 피해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검찰개혁의 방향이다. 직접수사기능을 폐지하되 수사지휘권을 부활하여 경찰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적 수사 역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검찰의 직접수사기능은 경찰과 합쳐 특별수사청으로 만들어 부패, 금융수사, 마약 조직범죄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이유로 검찰을 해체하겠다는 뜻은 알겠으나 검찰해체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당장 구속사건 처리가 문제되고 경찰, 중수청, 공수처로 나뉜 수사권의 대혼란과 수사의 장기화, 그에 따른 천문학적 사회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종철 고문치사의 진상이 밝혀진 것도 검사의 수사지휘제도 덕분이었다. 경찰국가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소위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개혁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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