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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이수현] 이재명의 PK 직진, '집토끼' 흔들리나

이수현 서울취재본부 기자

이수현 서울취재본부 기자
이수현 서울취재본부 기자

"4·10 총선에선 부산·울산·경남(PK)을 방어했지만 6·3 대선에서는 사실상 밀렸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PK 탈환이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PK 직진 전략'이 예사롭지 않다. 집권 직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신속히 준비하라"며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장기 표류 위기에 처한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대해서도 후보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지고 추진할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공약으로 제시한 해운 회사 HMM 부산 이전 등도 속전속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PK에서 40%가량을 득표했다.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당시 부산 지역구 18곳 중 17곳, 울산 6곳 중 4곳, 경남 16곳 중 13곳을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 대통령은 PK라는 험지 공략에 매우 의욕적이다. 어떻게든 각종 선물을 풀며 공격적으로 PK 민심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대안으로 부산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해수부·HMM 이전 등을 발 빠르게 던진 것이 먹혔다"고 했다.

민심도 우호적인 모습을 보인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 전망을 묻는 질문에 PK 응답자의 60%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PK가 이미 스윙보터 지역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PK의 변화에 대구경북(TK)도 미미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구에선 23.22%, 경북에선 25.52%를 득표했다. 고향인 안동에선 무려 31.28%를 얻어 30%의 벽을 넘어섰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안동 출신이라는 점을 적극 내세웠다. "경북의 아들" "재명이가 남이가"라며 공통분모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선전에 불안감도 감지된다. 보수의 아성에 균열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PK 챙기기에 나서는 것이 TK를 공략하는 데 교두보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민주당 출신 인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에 출마해 자리를 가져간다면 상당히 충격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부울경도 불안한 상황인데 TK까지 뺏겨 버리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된다"며 "윤석열 정부 이후 총선,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지면 세 차례 연거푸 선거에 패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747 공약'으로 표심을 사로잡았고, 18대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라는 획기적인 구호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 운동 기간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을 외치는 데만 골몰했다. 보수 결집은커녕 내홍까지 벌어졌다. 정책 정당으로 명성을 떨쳤던 과거의 영광이 몰락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이 약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 TK를 찾아 "왜 이재명에 대해선 '우리가 남이가?' 소리를 안 해 주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도 한번 일 시켜 보세요. 어떻게 되나"라며 '보수의 본산' TK 지역민들 앞에서 호언장담했다.

빈말이 아닐 수 있다. 맹주 노릇을 해 온 정당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무주공산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대통령이 '경북의 아들'임을 앞세우며 TK에도 직진 전술을 펼칠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위기감을 느끼면 늦어도 한참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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