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핵심 지지층 '들썩'…이란 개입론에 보수 내분 격화

'MAGA 동맹' 내부서 우려 확산…칼슨-크루즈 방송 설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보수 진영 내에서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기치를 내걸며 집권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개입주의 노선을 지지해 온 보수 진영 인사들이 이번만큼은 대통령의 군사적 접근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주최 행사에서 "우리는 이 일을 또다시 반복할 수 없다"며 "이란과의 전면전은 국가를 또다시 분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오랜 기간 미국의 중동 개입에 반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미국이 동참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습을 준비 중이며, 미국이 이에 제공할 수 있는 13.6톤 규모의 벙커버스터 폭탄까지 언급되면서, 군사 개입 수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트럼프답지 않은 결정"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과거 이라크 전쟁 등을 통해 미국이 얻은 교훈을 고려할 때, 섣부른 개입이 자칫 대중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크 쇼트 전 백악관 입법국장은 "이란 문제를 둘러싼 내부 분열은 상당히 큰 균열"이라며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그에게 세계관보다 인물 중심적으로 충성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만큼은 예외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우려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내 지지자들은 나를 지금까지보다 더 사랑하고 있고, 나도 그들에게 더욱 애정을 느낀다"며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선택지가 전쟁과 이란의 핵 보유 중 하나라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전 기조를 유지해 온 다른 보수 인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폭스뉴스 전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와 이란 정권 교체에 대한 의견 차이를 드러내며 날 선 논쟁을 벌였다. 칼슨은 방송에서 "당신은 이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크루즈의 대이란 강경론을 정면 비판했다. 크루즈는 "나는 이란 전문가가 아니다"고 답했고, 칼슨은 "당신은 지금 정부 전복을 주장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공화당 소속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미국이 이란-이스라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길 원하는 사람은 '아메리카 퍼스트'도,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도 아니다"며 "우리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쟁에 지쳤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란은 이스라엘에게 실존적 위협"이라며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돕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 개발 의도를 우려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핵무기 개발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될 경우 중동 내 핵 확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넌은 "이란은 92백만 인구를 가진 고대 문명국가"라며 "이런 중대한 사안을 대중에게 설명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시작한 일을 마무리해야 하며, 미국은 개입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그는 "방향은 정해졌지만 최종 결론은 아직"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통령인 제이디 밴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국민이 지난 25년간의 외교 실패에 지쳤다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은 그동안의 행보로 일정 부분 신뢰를 쌓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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