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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이호준] 비선(秘線)과 레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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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레드팀(red team)이란 게 있다. 조직 내의 문제나 취약점(脆弱點)을 찾아 공격하는 역할을 하는 팀이다. 전략적 결함을 미리 파악,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소 냉전 시기 미군이 아군의 취약점을 분석하기 위해 모의 군사훈련에 가상의 적군을 만든 게 시초다. 이후 정부,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도 도입됐다. 주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임무를 맡는다. 특히 특정인의 권력이나 영향력이 큰 조직일수록 더 필요하다. 그 힘에 눌려 반대 목소리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만들어 놓으면 싫든 좋든 비판과 반대, 쓴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강력한 1인 리더의 자기 과신, 편향된 집단사고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레드팀의 원조는 '악마의 변호인'이라 할 수 있다. 13세기 로마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쓴소리하는 악마의 변호인 제도를 뒀다. 쏟아지는 가톨릭 성인 추대(推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성인 후보자들의 덕행과 기적 행위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맡았다. 동양엔 당나라 재상 위징이 있다. 당 태종 앞에서 지적, 반대, 간언을 서슴지 않았고, 이에 태종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위징을 가까이 뒀고, 위징이 죽었을 때 "세 개의 거울 중 한 개(그릇됨을 비추는 거울)를 잃어버렸다"며 통곡했다고 한다. 또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가 안시성 전투에서 참패 후 철수하면서 "위징이 있었다면 원정을 말렸을 텐데"라며 탄식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불상사(不祥事)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레드팀을 둬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명예스러운 중도 하차의 여러 원인 중 하나만 꼽으라면 비선 중심의 국정 운영을 들 수 있다. 김건희 여사 라인, 무속인, 정치 브로커, 검찰 인맥, 군인 동문, 예스맨까지 비선 라인이 득세했다.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천 실패에 따른 참패 이후 기세가 꺾였고 내리막을 걸었다. 레드팀이 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공천이었다. 비상계엄 비극도 결국 비선 정치의 결과다. 레드팀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위험 경고다. '절대 권력'에 가까운 이 대통령이 혹 그런 생각을 한다면 바로 레드팀부터 꾸려야 한다.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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