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 'ⅩⅩ전자' 등 회사명이 선명한 버스가 도로를 누비던 때가 있었다. 대중교통이 취약했고 자가용이 귀했던 시절, 통근 버스다. 산업화 시대엔 효율성과 통제가 생산 관리의 기본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시 통근'은 그 시절 산업 현장의 '덕목'이라 할까? 통근 버스는 명절 귀성(歸省) 버스로도 활용됐다. '고향 가는 길 차편 제공'의 후덕(厚德)한 명분이 있지만, '직원 이탈'(당시엔 명절에 기업들의 인력 빼가기가 치열했음)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어쩌면 그 시대의 통근 버스는 '사원 복지'보다 '생산 관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통근 버스는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른 아침, '안전제일' 마크를 단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통근 버스를 기다렸다. 교복 입고 등교하는 친구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골목에 숨었다가 맨 끝에 버스에 오르는 소년공(少年工)도 있었다. 같은 시각,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장으로 향하던 그들은 그렇게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일은 고되고, 삶은 궁색했다. 그래도 그들은 일터를 오가면서 부모님을 생각하고, 동생 뒷바라지를 걱정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웠을 것이다. 차창에 머리를 쿵, 쿵 부딪치면서.
세월이 흘러 잊힌 통근 버스가 최근 신문 기사(記事)에 등장했다. 이름하여 '수도권 통근 버스'. 정부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수도권 통근 버스 운행을 중단시킨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 10년이 지났는데도 상당수 직원들이 여전히 수도권 통근을 하고 있어서다. 149개 이전 기관 중 47개(31.5%) 기관이 수도권 통근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지역 정착(定着)과 혁신도시 활성화'란 정책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이주율은 70.8%다. 그러나 '나 홀로 이주'가 많다. 혼자 사는 직원들은 주말이나 평일 야간이면 수도권 집으로 떠난다. 혁신도시가 주말과 밤에 텅 비는 이유다. 정부는 통근 버스를 없애 혁신도시 정주율(定住率)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수도권 집중 해소와 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 없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통근 버스 폐지는 정책의 목적을 상기시키는 '상징'일 뿐이다. '이상'(혁신도시)과 '현실'(수도권) 사이에서 떠도는 삶은 어쩔 수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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