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정치학 강의를 들으며, 늘 마음속으로 가장 부럽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었던 장면이 있다. 미국 대통령이 이임할 때 후임 대통령을 위해 '레졸류트(Resolute) 책상' 위에 편지를 남기는 전통이다.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이 후임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남기고 창문을 바라보는 장면은 늘 내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남겼다. 150년 가까이 계속 사용되었던 책상은 아니지만, 수많은 대통령이 이 책상 앞에서 결정을 내렸고 세계는 그 결정을 통해 흔들리거나 안도했다. 그래서 이 책상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미국 권력의 상징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 지면을 통해 충격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책상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레졸류트 책상을 누르며 정면을 노려보는 사진이 전 세계에 전파되었고, 사진 위에는 'The Tariff King(관세왕)'이라는 문구가 덧씌워졌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배경이 '레졸류트 책상'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자신도 너무 잘 알겠지만, 이 책상은 힘을 과시하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신뢰와 예의를 기억하는 역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상북도가 올해부터 북극항로 상업운항을 본격 준비하기 위해 3,000TEU급 컨테이너선 운항을 통해 북극항로 경험과 데이터 확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170여 년 전 영국은 북극항로 개척에 국가적 힘을 쏟았고 북극 북서항로 마지막 미개척 구간을 프랭클린호가 맡아 출항을 했으나 원정대는 실패했고, 프랭클린호를 찾는 과정에서 레졸류트호가 북극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레졸류트호 역시 얼음에 갇혀 유기되게 되었다.
나중에 미국 포경선이 레졸류트호를 발견하게 되고, 버려졌던 배를 전리품으로 삼지 않고 수리해 영국으로 돌려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 신의에 감동한 빅토리아 여왕이 배가 퇴역하여 해체된 후 그 배의 목재로 책상을 만들어 1880년 미국 러더퍼드 B. 헤이스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것이다.
결국 이 책상은 '가져갈 수 있어도 가져가지 않는 절제'가 국가 간의 '신뢰'를 만든다는 교훈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 위에서 '관세왕'이라는 구호와 주먹이 등장하면 관세는 정책이 아니라 권력과 폭력의 제스처임을 온 세상에 스스로 공표하는 것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관세왕을 자처하며 세계 각국에 부과하는 관세의 96%는 미국 자국민이 부담하고 있다는 미국 자체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행 미국법으로는 트럼프의 3선은 불가능한 상황인 점이다. 그렇다고 임기가 끝나길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한 것 같다. 미국의 정치가 주먹을 쥐는 방향으로 흐를수록 우리는 오히려 손을 펴서 악수할 수 있는 국제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먹을 쥐는 일은 쉽다. 그러나 주먹을 풀고 악수하는 일은 어렵다. 최근 성공적으로 개최된 경주 APEC은 좋은 출발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결국 레졸류트 책상이 오랜 시간 백악관 한가운데 남아 있는 이유는, '규칙'과 '신뢰', 더 나아가 '다가질 수 있어도 가지지 않는 절제'의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후임 대통령에게 관세율표가 아니라 '절제'의 미학이 담긴 품격 있는 편지가 레졸류트 책상에 올려지길 기원하고 기다리는 것은 너무 낭만적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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