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며 종이책을 읽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읽을 여유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지 못할 것 같아 시작조차 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읽고 싶은 마음과 읽기 힘든 마음이 함께 한다면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만화책은 어떨까요? 읽다가 잠시 덮어두어도 괜찮습니다. 중간부터 펼쳐 보아도 상관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욱 이야깃거리가 많아집니다.
◆ 이토록 과학이 재미있어지는 순간

깊은 밤, 공대생의 연구실을 들여다 봅니다. 빈 커피잔이나 먹다 남은 컵라면이 놓인 책상, 모니터를 가득 채운 복잡한 기호와 수식, 실험을 설계하거나 오류를 분석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피로와 싸우는 체크 남방 차림의 공대생이 있습니다. 흐릿한 안경 너머 잠시 먼 곳을 바라보던 공대생의 눈빛이 순간 반짝입니다. 그리고 책상 서랍을 열어 태블릿과 펜을 꺼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야밤의 공대생 만화'(맹기완 지음)입니다.
현재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조교수이기도 한 작가는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5년, SNU라이프라는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이 그린 만화를 연재합니다.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과학자들의 이론과 에피소드를 소개한 이 만화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2017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책에는 뉴턴, 슈뢰딩거, 오일러, 파인만, 케플러 등과 같은 유명한 과학자들이 등장합니다. 전문 만화가가 아닌 작가의 단순한 그림체는 다소 투박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딱 필요한 것을 꼭 맞게 그려낸 효율의 그림은 공대생이기에 할 수 있는 농담과 재치 있게 어우러져 점점 독자들을 매료시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멀게만 느껴지던 과학자와 과학이론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느새 과학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나지요. 특히 각 에피소드의 말미에는 과학자들과의 가상 인터뷰를 채팅 형식으로 구성하여 재미를 더합니다. 또 온라인 연재 당시 독자들이 남긴 댓글 중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만화 옆에 함께 실어 마치 다른 독자와 함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만화가 '과학을 배우려고 보는 만화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보는 만화였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 가족과 함께 먹는 한 끼의 소중함과 즐거움

'오무라이스잼잼'(조병규 지음)은 2010년부터 무려 15년째 연재되고 있는 음식 만화입니다. 지금까지 14권의 단행본이 출간되기도 했지요. '세상은 작고 먹을 것은 많다'는 작가는 무엇보다 음식에 진심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에 그려진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그 맛이 상상될 만큼 섬세하고 정성스럽습니다. 더욱이 음식의 재료, 조리법, 유래, 나아가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그야말로 음식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을수록 먹고 싶은 음식도 많아지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집니다.
어릴 적부터 음식과 만화를 좋아했다는 작가.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음식이나 만화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가족'입니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음식이 아니라 음식을 함께 나누는 가족인지도 모릅니다. 책에는 작가와 아내 그리고 첫째 은영이와 둘째 준영이가 등장합니다. 아빠와 엄마는 아이들에게 음식에 담긴 추억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아빠 덕분에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지요. 때로는 온가족이 함께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미식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15년이라는 연재 기간 동안 두 아이가 성장하면서 음식의 맛이나 재료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도 자녀를 키우며 공감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가족을 일컫는 말 중 하나인 식구(食口)라는 말에도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일상에 얽매여 눈 한번 마주치기도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모처럼 시간이 생겨도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일쑤지요. 이럴 때 온 가족이 각자 좋아하는 과자를 사 와서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건 어떨까요? '오무라이스잼잼'을 펼쳐서 우리 가족의 선택과 비교해 보아도 좋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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