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교영] 검찰의 운명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 수사 팀이 특검을 앞두고 새로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지난 4년간 아무 증거가 없다더니, 재수사 한 달 만에 나온 결과다. 이번 수사 팀이 유능하고, 지난 수사 팀은 무능했던가. 미묘(微妙)한 시점에 핵심 증거가 나온 게 기묘(奇妙)할 따름이다.

수사 지연, 부실 수사, 표적 수사 등 과거 검찰의 행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러니 죄지은 선량(選良)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툭하면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라고 항변한다. 부당한 권력에 희생된 '민주 투사(鬪士)'라도 된 듯이 말이다. 이는 선량(善良)한 시민들이라면, 흉내 낼 수 없는 행태다. 그런 정치 검찰과 불법한 사람들에게 톨스토이가 한 말을 전한다. "그대, 회개하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검찰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다. ▷검찰청법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 등이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검찰 조직은 해체(解體)된다. 검찰의 수사권(搜査權)과 기소권(起訴權)은 분리된다.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으로,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넘어간다. 기존 검사들은 '중수청 수사관' 또는 '공소청 검사'로 흩어진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권력 분산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경찰, 군, 중앙정보부(안기부)가 검찰보다 힘이 셌다. 검찰이 막강해진 것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다. 검찰은 공안 정국(公安政局)과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었다. 검사 출신이 권력 핵심에 진입했다. 때론 검찰이 정권과 힘겨루기도 했다. 정권 초기에는 지난 정권을 털었고, 정권 말기에는 힘 빠진 권력에 칼을 겨눴다. 가히 '검찰공화국'이라 할 만했다. 그런 검찰이 해체의 기로에 섰다.

검찰 개혁은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과제다. 원래 개혁이 어려운데, 검찰 개혁은 더 지난(至難)하다. 역대 정부가 추진했지만, 중단했거나 실패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는 물론 야당과 합의(合意)를 거쳐야 한다.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그런 개혁은 부메랑이 된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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