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술을 특별한 장소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의 하얀 벽면에 고요히 걸려 있는 작품들 앞에 서야만 '예술 감상'을 하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예술이 삶의 틈새마다 이미 자리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예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아침 햇살이 거실 바닥에 만든 빛의 패턴, 카페 창밖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 골목의 담벼락과 바닥의 경계에 피어난 작은 들꽃들. 무심히 지나치던 풍경 속 색과 리듬, 조형들은 마치 예술 작품을 마주한 듯 우리 안의 작은 감각을 두드리며 감동을 피워낸다. 우리는 어쩌면 매일같이 예술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예술인 줄 모르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마르셀 뒤샹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회에 출품했다. 이는 '레디메이드'라는 독자적인 개념을 창안하며 예술적인 것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데 앞장섰고, '예술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고 이야기한 요셉 보이스 또한 특정한 사람만이 예술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삶 속에서 예술적 감각을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예술은 작품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일상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왔다. 인상주의자들은 평범한 하루, 스쳐지나가는 풍경, 잊혀진 감정들 속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했다. 앤디 워홀은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프 캔을 예술로 만들었고,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는 우리 주변의 자연과 도시에 영감을 받아 거대한 규모의 설치미술을 보여주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잡지, 자전거의 바퀴, 아이가 벽에 남긴 낙서까지.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일상은 예술이 될 수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예술은 누군가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하나의 감각적 태도에 가깝다.
결국 예술은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달려 있다. 우리가 감각을 열고 삶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세상은 거대한 미술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걷는 길,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 한 잔, 낡은 아파트 외벽의 색감들은 더 이상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누군가의 영감을 자극하고 삶의 깊이를 더해줄 예술적 장면들이다. 더 특별한 무언가를 찾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감각해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풍부한 예술의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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