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두진] 정청래 박찬대 사미인곡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4선·서울 마포구을)과 박찬대 의원(3선·인천 연수구갑)의 '충성 경쟁'이 가관(可觀)이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온 '친이재명계'다. 그런 두 사람이 누가 더 '찐명'이냐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운명이 곧 정청래의 운명이다.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다"고 했다. 박찬대 의원은 23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금까지는 이재명이 박찬대 곁을 지켜 줬지만 이제부터는 박찬대가 이재명 곁을 지켜 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당 대표에 출마한 인사들이 충성을 맹세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당 대표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당 공천을 바라는 자들이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다!"고 앞다투어 외쳤던 것과 같다.

조선 선조 때 정치가 정철(鄭澈)은 1587년 무렵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인 전라도 창평(昌平)에 살고 있었다. 그는 다시 관직을 얻고 싶어 가사(歌辭) 작품 '사미인곡(思美人曲)'을 써 임금에게 아부했다. '이 몸이 태어날 때 님을 따라 태어나니, 한평생 함께할 인연이며~ (중략) 님께서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님을 따르리라.'

군주국에서 관직을 얻기 위해서는 나라의 주인인 임금에게 잘 보여야 했다. 봉건 군주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30명까지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까지 처리하면 사실상 사법부까지 장악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충성심을 '자리의 기준'으로 여긴다. 당 대표직이 대통령을 곁에서 지켜 주는 자리인가? 나라와 국민을 지키겠다고 해야 하지 않나.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정부든 회사든 그림자가 드리우는 경우는 비슷하다. 능력이나 적합성보다는 '충성심'을 기준 삼을 때, '내 사람'을 쓸 때 그늘이 지는 법이다. 내 사람에 둘러싸여 임금은 안전했으나 조선은 쇠락(衰落)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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