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正義)는 법과 권리를 뜻하는 라틴어 'jus'에서 유래한 말로, 공정성과 도덕적 올바름을 실현하는 기준을 의미한다. 정의의 실현은 인간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지만, 각자에게 합당한 몫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의의 실천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쟁점은 능력에 따른 보상을 중시하는 '공정'과 모든 이에게 동일한 보장을 강조하는 '평등' 간의 충돌이다. 이는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는 임금체계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 제도 간의 긴장으로 구체화된다.
또한, 개인의 소유권과 선택권을 중심에 둔 '자유'와 공공의 책임 및 연대를 중시하는 '복지' 사이의 갈등도 정의실현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복지'와 '사회적 생존을 위협하는 방임적 자유' 사이에서 어느 지점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형식적 정의'와 결과의 효용을 강조하는 '공리주의적 정의' 사이에도 긴장이 존재한다. 형식적 정의는 "절차만 공정하면 충분하다"는 태도로 인해 불합리한 결과를 용인할 수 있으며, 공리주의적 정의는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입장으로 인해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의의 본질과 실천의 정당성을 외면한 채, 특정한 입장에 따라 강요되는 정치권의 '선택된 정의'라는 이름의 횡포다. 선택된 정의가 부당한 까닭은 그것이 권력자와 기득권층에 의해 자행되는 조직적 불의(不義)이기 때문이다. 자기 성찰 없는 이들에게 정의는 더 이상 보편적 원칙이 아닌,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하버드대 교수)은 "정의란 옳고 그름을 함께 결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권력을 쥔 자들은 '함께'라는 원칙을 배제한 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를 독점하려 한다. 이때,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권세와 재물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고 그림자처럼 사라진다. 그것을 영원한 듯 착각하는 순간, 몰락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김동규 전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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