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석민] 트럼프 욕설

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욕설(辱說)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모욕·저주하는 말이다.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남의 손가락질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욕설은 나쁜 것이며,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식(常識)이다. 이 때문에 최강국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분히 의도적으로' 쌍욕을 내뱉었다면 충분히 국제적 화제가 될 만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TV 생중계 중 '12일 전쟁' 휴전(休戰) 이후에도 충돌하는 이스라엘-이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f**K(빌어먹을)"이라는 욕설을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상쾌한 솔직함'이라며 옹호(擁護)에 나섰지만, 대부분 언론은 'F폭탄'이라고 부르면서 트럼프식 수사법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욕설 화법(話法)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트럼프 욕설' 이후 바뀐 세상에 주목한다. 먼저 불안불안하면서도 이스라엘-이란 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에 확실하게 보복(報復)한다면서 테헤란을 향했던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 편대는 트럼프의 한마디에 기수를 돌렸다. 한때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당일 64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덕분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한숨 놓게 되었다. 과(過)히 트럼프 욕설의 이로움이라고 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인근 지역에 탱크 등으로 중무장한 3천 명의 특수부대를 파견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이들이 공수부대(空輸部隊)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B-2 스텔스 폭격 편대와 미국 잠수함의 위력(威力)은 이미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에 대한 벙커버스터 및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에서 증명됐다. 지금처럼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라면, 언제든지 특정 지역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고 손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트럼프의 말에는 행동(行動)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무섭다. 아마도 욕설 뒤에 따르는 행동은 더욱 과격(過激)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25일 나토(NATO) 32개국은 그동안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 온 '국방비 GDP 5%' 수용에 합의하는 공동성명(共同聲明)을 발표했다. 욕설이 세계 평화와 경제의 안정을 가져온 셈이다. 트럼프 욕설의 패러독스가 아닐 수 없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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