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I가 바꾼 세계경제 지형도…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전쟁 중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GPU 개발로 회사를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연합뉴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GPU 개발로 회사를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세계경제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며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됐다. AI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2022년 생성형 AI 챗GPT의 등장 이후 관련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시가총액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 석유 에너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증권시장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2010년대 애플을 필두로 한 IT기업에 자리를 내줬다. 최근 AI칩 공급사 엔비디아가 시총 1위를 차지하며 산업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체감케 한다.

AI 기술 주도권은 경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메타플랫폼 본사.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AI인프라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메타플랫폼 본사.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AI인프라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美빅테크, 조단위 투자는 기본

AI 기술의 주도권을 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현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테크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4대 빅테크는 지난해 매출의 평균 17.2%의 자본지출(CapEx)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355조원 규모로 AI모델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구축과 GPU(그래픽처리장치) 구매 등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AI는 다른 사업군과 비교했을 때 자본 집약도가 더 높은 편이다. 2010년대 중반 석유·가스 기업의 투자가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당시 기업들은 평균 매출의 7.5%를 설비 투자에 투입했다.

올해도 빅테크 기업들은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알파벳은 올해 초 AI 인프라 등에 약 7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고 MS도 지난해 대비 관련 투자 규모를 60% 확대했다.

내년까지 AI칩은 사실상 '완판'된 상태다. 견조한 성장세를 확인하자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 주가는 최고점을 경신했고 지난달 MS와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다.

올해 초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AI모델을 출시하며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으나,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공식을 깨지 못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클라우드 업계 선두인 아마존은 올해에만 1천억달러 이상의 지출을 예고했다. 메타는 지난해 자본 지출 대비 올해 예산 책정을 70%가량 늘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AI 미래를 형성하는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역사적인 혁신을 통해 미국 기술 리더십을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저가형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저가형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정부 간 경쟁도 치열, 라이벌 중국은?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 AI 기술 개발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AI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역시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후 5천억달러(약 68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운영을 총괄하고 일본의 소프트뱅크,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 아랍에미리트의 DAMAC 등 다국적 기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 외에도 미 정부는 ▷AI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AI연구자원파일럿' ▷기관별 기술 개발 상황을 공유하는 'NITRD 프로그램'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강화하는 'CHIPS 국가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 등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의 AI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AI 산업 규모가 2023년 기준 6천억위안(약 107조원)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생성형 AI 분야에서 미국과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플러스(AI+) 이니셔티브' 사업은 올해 5월 합산 기준 2천770억위안(약 52조4천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각 지방 정부는 매년 예산을 편성해 지역 내 AI컴퓨팅 플랫폼 국산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국가대형펀드, 국가 인공지능 산업투자기금 등을 운영하며 자국 기업을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으며 AI 산업사슬 발전지원 행동계획을 통한 인재양성도 눈에 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100년을 결정할 AI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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