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이 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유라이어 힙(Uriah Heep)의 대표곡 '줄라이 모닝'(July Morning)이다.
매년 이맘때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의례적으로 이 곡을 틀곤 했다. 젊은 날의 공기를 뚫고 전해지던 그 멜로디는 어느새 한 세대의 문화 상징처럼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 음악은 단순한 노래를 넘어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1980~90년대 대구의 청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캠퍼스마다 자생적으로 결성된 록 밴드들이 활동했고, 정기 공연도 이어졌다. 경북대 공대 '일렉스', 치대 '니사금', 의대 '메디컬사운드', 영남대 의대 '아킬레스', '에코스', '코스모스', 계명대 의대 '힙선' 등이 대표적이었다. 고교 스쿨밴드 가운데서는 '블랙나이츠'가 빛났다. 어린이대공원 꾀꼬리극장 무대에 선 그들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는 흔히 말하는 '386세대'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경계에 있었다. 서태지를 이해하기에는 들국화가 먼저였고,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딥 퍼플 같은 하드록 전설들의 계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음악 좀 듣는 사람'으로 통하던 시대였다. 그런 나에게 7월의 첫날 아침에 듣는 '줄라이 모닝'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다. 해먼드 오르간 인트로가 만들어 내는 묘한 분위기와 점차고조되는 리듬 속에서 터져 나오는 고음은 다시 한 번 젊음을 소환하곤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훈장처럼 모아 두었던 LP는 어느새 짐이 됐고, CD와 MP3를 거쳐 지금은 클라우드와 스트리밍 시대로 변모했다. 사진기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손을 잡고 동성로 지하상가나 교동시장에서 필름카메라를 구경하던 기억, 수학여행 가방에 넣어 갔던 올림푸스 하프카메라, 그리고 인화한 사진뒤에 이름을 적던 시간까지 모두 한 편의 추억이 되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스마트폰 안에서 디지털 파일로 순간을 기록한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세상은 그렇게 끊임없이 변해 간다. 사람도 바뀌고, 감정도 흐릿해지고, 영원할 것 같던 첫사랑의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본질이라는 건 과연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변화 그 자체가 본질일까?
올해도 7월이면 어딘가의 라디오에서 '줄라이 모닝'이 흘러나올 것이다. 예전처럼 잡음이 섞인 스피커 너머는 아니겠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기억과 함께 흐를 것이다. 그 노래는 이제 더 이상 청춘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시대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골목 안 카페에서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힙한 음악이 플랫폼을 통해 재생된다. 여전히 나의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조금씩 흐려지며, 우리의 주장도 점점 옅어진다.그래도 그 아련한 7월의 아침, '줄라이 모닝'이 들려오면 나는 다시 한번 묻는다. 그때 나는, 우리는, 어떤빛 속에 서 있었던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또 어떤 빛을 따라 걷고 있는가.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도 음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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