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정해관] 트럼프 관세를 읽는 법

대구시 국제관계대사

정해관 대구시 국제관계대사
정해관 대구시 국제관계대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생물처럼 변해 가고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는 하소연이 당연하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흐름을 들여다보면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모든 품목과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10% 보편 관세이다. 이 보편 관세는 관세 세입을 통해 정부 재정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부분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무역에서 수입은 4조1천억달러 수준으로 여기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연간 4천억달러 정도의 재정 수입을 얻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간 4천억달러 정도의 관세 수입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낮추는 감세 법안을 추진 중인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3천억~4천억달러의 재정 손실을 낳을 것으로 추산된다. 감세의 재정 손실을 보충하고 정부 빚을 줄이기 위해 관세 수입만큼 고마운 수입원이 없는 상황이다.

둘째는 상호 관세로 작년에 9천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지난 4월 발표한 상호 관세율은 기본적으로 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면 관세율도 높아지도록 설계했다. 이는 무역적자가 큰 국가에는 상호 관세율을 높여서 적자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미국은 상대국과 협의를 통해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대안이 합의될 경우 관세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상호 관세가 25%로 책정되었는데 이 중에서 10%는 떼어서 앞에 얘기한 보편 관세로 부과되고 있고 나머지 15%가 향후 한미 통상 당국 간 협상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품목별 관세이다. 현재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각각 50%, 25%를 부과 중인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휴대폰,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유사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 관세는 미국 내 제조업 생산을 확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대상 품목도 미국이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산업을 선정하고 있다.

이렇게 목적이 다르므로 각 관세가 얼마나 계속되고 어떻게 조정될지도 이에 근거해서 예측해야 할 것이다. 보편 관세는 정부 세입에 주안점이 있으므로 가장 변동성이 적은 부분이다. 변수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보인다. 이 관세는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하므로 소비재 주도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미국의 소비재 업체들은 올 상반기에는 재고 등으로 버텨 왔으나 하반기부터는 어느 정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호 관세는 국가 간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국에 대한 15% 상호 관세(보편 관세 10% 제외)도 500억달러가 넘는 대미 무역흑자를 어떻게 줄이고 보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 내 소송 결과이다. 최근 미국 무역법원이 상호 관세가 의회 조세 권한에 대한 대통령의 월권이라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최종 판단까지 길게는 몇 년이 소요될 수 있다.

품목별 관세는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략 품목을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일정 기간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가별 협상 결과에 따라 예외적으로 관세가 면제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이 영국과 합의한 결과를 보면, 영국 자동차에 대해 연간 10만 대까지는 관세를 10%로 낮추고,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25%로 낮추기로 했다. 영국은 대미 무역에서 적자국이므로 미국이 협상에서 더 유연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관세는 국제 무역에 엄청난 불확실성과 부담을 가져왔다. 각 관세에 대해 그 이유와 변화 가능성을 파악하고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대응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글은 전적으로 개인의 의견으로 대한민국 정부나 대구시의 입장과 관계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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