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속셈 의심되는 대북 송금 변호인 국정원 요직 기용

이재명 대통령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서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김희수 변호사를 국가정보원의 인사와 조직·예산을 책임지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任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의 경기지사 시절 평화부지사를 지냈던 이화영 씨는 지난달 5일 이 사건으로 징역 7년 8개월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도 쌍방울 측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訪北) 비용 등을 북한에 대납했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이 전 부지사 측과 검찰은 지난 2020년 1월 국정원 블랙 요원(비밀 요원)이 만들었다는 국정원 내부 문건(文件)을 놓고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법원에 출석하면서 "국정원 보고서에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제보자 진술에 기초한 국정원 문건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국정원이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불분명하며, 쌍방울이 주식 차익 실현을 시도한 정황이 없다는 점을 들어 신빙성(信憑性)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 대해 "재판과 관련한 국정원 내부 정보에 대북 송금 사건 변호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해충돌(利害衝突)의 우려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최근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 중이던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갑자기 방송 인터뷰에 출연, "이재명 대통령은 대북 송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배 회장의 말을 근거로 '이재명 죽이기' 공작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비록 재판 중단 상태이지만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서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起訴)되어 있는 이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대북 송금 사건 변호인을 국정원 요직에 임명하는 것은 충분히 오해(誤解)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오해와 불신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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