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칼럼] 보수야당 존재의 이유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야성(野性) 없는 보수야당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의힘은 '친윤' 색채가 강한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당 재건에 나서고 있지만 야당으로 재탄생하리라는 기대는 난망하다. 당내 기반이 약한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앉혀 당 개혁방안 도출에 나서고 있으나 임기 만료로 퇴임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을 대체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결정될 당권의 향배는 오리무중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4일부터 릴레이로 예정된 가운데 이렇다 할 대여 투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존재해야 할 이유조차 의심 받고 있다. 언제 숨이 끊어질 지도 모르는 중환자 신세의 '웰빙 야당'이라는 비난이 난무한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진단해야 할 의사도, 마땅한 처방전을 써 줄 약사도 부재 중인 속수무책, 고립무원이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대선 패배에 이르게 되기까지 정확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개혁방안 실천 의지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도 회생할 수 있을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지만 그들은 결코 절박하지 않다.

대선 과정을 복기하더라도 한덕수 전 총리와의 후보단일화 실패에도 불구하고 김문수 후보를 내세워 40% 초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기적이 아니다. '바른생활 사나이' 김 전 후보의 개인적 성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저 '반 이재명' 세력의 반사적 결집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이를 직시한다면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 자성하고 책임을 지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거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과 같은 자기희생 노력은 고사하고 당권 경쟁에 나서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노출하고 있다.김 전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 등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중진들의 속셈도 대선보다 당권을 노린 정치행보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3년여 간 보여 준 무기력한 당 지도체제와 대통령실과의 상하관계가 비상계엄으로 이어지면서 사법처리 위기에 처한 이재명 대통령을 구해준 수호천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산 대통령실은 이준석 체제를 무너뜨렸고 그 후 집권여당 지도부는 당 대표 임기조차 채우지 못한 채 대행과 비대위원장으로 점철되면서 무너졌다.

권성동, 주호영, 정진석, 김기현, 윤재옥 대행에 이어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총선에 나섰으나 한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황우여 비대위원장으로 잠시 넘어갔다가 한 전 대표가 전대를 통해 복귀, 윤 전 대통령과 다시 사사건건 갈등을 빚은 끝에 비상계엄사태가 벌어졌다.

일사불란은 민주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공산·사회주의체제하의 일당 독재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일극체제가 지속되는 한 정당으로서의 자생력이나 정권 창출 능력이 사라진다. 국민의힘이 딱 그랬다. 이재명 대통령을 탄생시킨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집권여당이라고 해서 정부여당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뒷받침하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잊어버릴 때는 제2의 윤석열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총선 참패와 비상계엄 탄핵에 이르는 과정은 용산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합작품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누가 보수야당 국민의 힘 재건의 키를 잡을 것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대여 투쟁력을 갖춘 제대로 된 야당 노릇을 할 수 있느냐 여부는 보수진영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엄중하고 중차대한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는 것인지를 직시해야 가능하다.

야당 노릇을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면 정당 해체 선언을 해서라도 환골탈태하겠다는 결기를 보여라. 집권 의지도 수권 능력도 없는 정당이 더 이상 존재할 필요는 없다. '국민 없는' 국민의힘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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