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명 정부 첫 추경 31조8천억원 통과…국가채무 1천300조원 돌파

성실 채무자 361만명 역차별 논란
지자체 "빚 내서 소비쿠폰" 아우성

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정부 총지출이 7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국가채무는 1천300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9%를 각각 돌파할 전망이다. 여기에 관리재정수지 적자율도 '재정준칙 상한선'인 3%를 다시 넘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철저히 정치 셈법 아래 나라 곳간을 거덜 낸 예산 폭주"라는 비판이 나온다.

◆빚탕감 추경, '성실 채무자 역차별' 논란

이번 추경안에는 취약계층의 빚을 탕감해 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7년 이상, 5천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거나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배드뱅크)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8천억원 중 4천억원은 이번 추경을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조달한다.

문제는 빚탕감 추경으로 성실 채무자가 역차별을 받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 4개월 동안 같은 조건에서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한 이는 모두 361만2천119명으로 원리금만 1조581억8천만원에 달한다.

국회 정무위 검토보고서에도 "장기연체 채무의 소각이나 감면은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포함됐다. 일각에선 채무조정에 대한 업종 제한이 없어 도박·사행성 사업을 벌이다 발생한 빚까지 탕감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4일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맞는 말"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다만 "금융기관 대출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개인간 대출에 대해서는 통제하거나 강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빚을 지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통장거래도 못하고, 회사에 취직도 못하고, 아르바이트도 못한다"면서 "사회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하는 상황이 온다. 정부 입장에선 손실"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빚 내서 소비쿠폰" 아우성

정부가 추진하는 13조2천억원 규모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사업과 관련해서도 전국 자치단체들은 "빚 밖에 답이 없다"며 울상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8대 2(서울은 7대 3) 비율로 부담해야 하는데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로서는 이조차도 녹록지 않아서다.

당장 대구시도 이달 소비쿠폰을 나눠주려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다. 국비와 지방비 각각 8대 2 구조에서 대구시도 1천3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9개 구·군과 절반씩 나누더라도 시 재정으로 600억원대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시 재정 자립도는 38.2%로, 전국 광역시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하위권이다. 여기에 이미 발행한 지방채 규모도 2조3천억원, 채무 비율은 19.1%로 광주, 서울에 이어 전국 세 번째다. 게다가 세수 감소로 최근 2년간 정부에서 받는 지방교부세마저 약 2천억원 줄었다.

재정자립도가 23.6%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전북도는 지난해 낸 빚이 3천억원에 달하는데 또 빚을 내 소비 쿠폰 예산 900억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충북도는 그동안 쌓인 지방채가 2천270억원에 달해 추가로 빚을 낼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살림이 넉넉하다는 서울시도 비상이다. 서울시는 싱크홀(땅꺼짐 현상) 긴급 복구,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등에 쓸 돈이 모자라 최근 1조5천974억원 추경까지 했는데 소비 쿠폰을 위해 추가로 7천억원 이상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치단체별로 재정 능력과 저소득층 비율 등이 다르다"며 "비용 분담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활비 복원 '내로남불' 논란

민주당이 이번 추경안을 처리하면서, 야당 시절이던 지난해 자신들이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등의 특수활동비를 복원한 것을 두고도 "후안무치이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여당은 이번 추경에서 대통령실 특활비 41억원을 증액했다. 야당 시절인 작년 11월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활비 82억원 중 절반을 되살린 것이다. 대통령실 특활비는 대통령이 각종 유공자에게 주는 격려금·축의금·조의금·전별금이나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국가안보실의 보안 활동 등에 쓰인다.

이와 함께 전액 삭감됐던 검찰·경찰·감사원 특활비도 살아났다. 작년 말 삭감된 특활비는 검찰 80억원, 경찰은 31억원, 감사원 15억원이었는데, 기관마다 절반씩 복원해 올 하반기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검찰 특활비는 "검찰 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영수증 처리도 안 하는 쌈짓돈"이라며 삭감했고 법조계 등에선 "민주당을 상대로 한 수사·감사가 이어지자 보복 차원에서 특활비를 없앤 것"이라는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특활비 부활로 논란이 일자 "향후 책임 있게 쓰고 소명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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