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정신을 못 차리는 게 아니라 차릴 생각이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마지막 산소호흡기와도 같았던 혁신위원회마저 걷어차 버렸다. 안철수 혁신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사퇴 배경을 밝혔다. 혁신위원 인선, 인적 청산(淸算) 등을 두고 빚어진 송언석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이 안 위원장의 사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잖아도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야당 아닌 '허깨비' 취급하는 마당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판까지 스스로 엎어 버리는 걸 보고 쾌재(快哉)가 아니라 연민의 정을 느낄 듯하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등 법안을 마음대로 요리해 통과시켜도 견제는커녕 '찍소리' 못 하고 내각 인사청문회에서도 존재감이 없다 보니 그저 거수기(擧手機)로 보일 정도다. 오죽하면 후보자들도 쏟아지는 의혹에 하나같이 '설명은 청문회에서 하겠다'고 하겠는가. 야당 의원이 겁나면 어찌 이런 얘길 할 수 있겠나. 얼마나 만만하면 저승사자 같았던 국회 청문회를 안방 들먹이듯 하며 맞짱 뜰 자신감을 보이겠는가. 있으나 마나 한 야당 의원들 상대로 하루만 버티면 하나 마나 한 청문회가 끝나고 통과할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모든 걸 내려놓고 완전히 바꾸어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혁신위를 만들었다면 혁신위를 국민의힘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인공 자궁', 하다 못해 빨아서라도 다시 입도록 하는 '세탁기'로라도 활용했어야 했다. 비상계엄 반대하고 탄핵 찬성한 걸 알면서도 혁신할 수 있는 당내 최적, 최선의 인물로 안철수를 선택했다면 그에게 혁신위를 맡기고 위원 인선부터 모든 전권(全權)을 위임했어야 했다. 혁신위를 꾸리지 않느니 못한 상황을 만든 지도부는 이를 어찌 책임질 것인가. 애초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수술을 하고 혁신을 할 생각이었다면 걷어치우는 게 맞다. 그래서 일말(一抹)의 기대를 가졌을 당원이나 지지자들에게 혁신의 희망과 기대를 걷고 더는 미련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맞다.
허깨비는 필요 없다. 이 대통령은 연일 국회를 강조하고 거대 여당 민주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 독주하며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지금은 허깨비가 아닌 도깨비가 필요할 때다. 이 정권과 민주당을 견제하고 폭주할 때 내리치고 휘두를 수 있는 방망이 쥔 도깨비 야당이 필요하다. 전권 위임 등으로 안 의원을 설득해 다시 혁신위를 맡기고 '국민의힘 혁신, 부활'이라는 기대를 이어 가든가 지금처럼 회생 불가(回生不可) 허깨비로 연명하다 내년 지방선거 후 소멸되든가 선택해야 한다. 이젠 더 내려갈 바닥도 없다. 안 의원의 절규처럼 지금 국민의힘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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