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43년 대학 신입생 절반도 못 채운다…입학자원 급감 '경고등'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쏠림, 지역 대학의 붕괴를 부른다
대학교육 체제 전환과 평생직업교육 강화, 생존을 위한 해법

2018년 페교한 대구미래대학교. 지난 2021년 강의실 앞에 집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2018년 페교한 대구미래대학교. 지난 2021년 강의실 앞에 집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해 출생아가 진학하는 2043학년도 대학 신입생 충원율이 4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가 겹치며, 특히 비수도권 대학과 전문대학은 존립이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정원 감축이나 외부 인재 유치를 넘어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대학 유형별 신입생 미충원율 변화 및 추정_시나리오2. 국회미래연구원
대학 유형별 신입생 미충원율 변화 및 추정_시나리오2. 국회미래연구원

◆2043년 신입생 충원율 39.4%…비수도권·전문대 '심각'

22일 국회미래연구원의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교육 위기, 미래 대학교육 시스템 전환 필요성 검토' 보고서(2025년 7월)에 따르면, 2017년 출생아가 대학에 진학하는 2036년부터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나리오1(100% 진학)의 경우, 충원율은 2036년 80.8%에서 2037년 73.8%로 낮아지고, 2043년에는 53.8%까지 떨어진다. 시나리오2(최근 평균 진학률 73.2% 적용)에선 2036년 59.1%, 2038년 50.0%, 2043년 39.4%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입학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인을 입학 자원의 감소다.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됐으며, 2017년 이후 출생아 수는 30만 명대로 급감했고, 지난해는 23만8천300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의 입학 자원 역시 빠르게 줄고 있으며, 향후 학령인구는 지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대규모 미충원 사태는 재정 악화로 이어지며 대학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비수도권 대학은 입학생을 유치하기 어려운 이중의 압박을 받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출생아가 입학하는 2043년 미충원율 전망(시나리오2 기준)을 보면, 4년제 대학은 비수도권(56.0%)이 수도권(45.5%)보다 더 높게 나타났으며, 전문대학은 수도권(71.5%)과 비수도권(87.7%) 모두 심각한 수준이다.

18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18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5년 부산 대입상담캠프'에서 참가자들이 대학별 상담 및 대입정보를 제공하는 대입정보관에서 개별상담을 하고 있다. 대입정보관에는 부산지역 대학과 서울 주요 대학 등 총 78개 대학과 한국장학재단, 대학생 멘토단 '청춘어람'이 참여했다. 올해 8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교육정보 수요에 응답하기 위해 대면상담관, 대학정보관, 주제별 설명회관으로 나눠 19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

◆대학교육 시스템 전환 시급…평생교육 기능 강화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교육 시스템의 전환과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를 제안했다. 입학자원의 감소에 대응해 기존의 학령기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성인학습자 중심의 교육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층의 직무 역량 강화와 재취업 교육 수요를 충족하도록 유연한 학사제도와 다양한 경력 교원 도입, 지역 기반 전달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대구권 7개 대학(4년제)의 올해 성인학습자(만학도) 입학자는 1천244명으로, 지난해 835명보다 49% 증가했다. 특히 대구한의대는 지난해 330명에서 올해 67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성인학습자 입학생은 대구가톨릭대와 경일대, 대구한의대 등 3곳(95%)에 집중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령인구 급감은 대학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를 포함한 교육 체계의 전면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 공동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학교육의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정립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1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세코)에서 열린
1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세코)에서 열린 '제15회 아이좋아 대학진학박람회'에서 참석자가 입학설명회관 내용을 둘러보고 있다. '꿈을 향한 도전, 내일을 여는 여정'이라는 주제로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경남도교육청이 주최·주관하며 서울대, 부산대, 경남대, 창원대 등 전국 95개 대학이 참여하는 대학홍보관, 수시 상담관 등이 운영된다. 연합뉴스

◆사립대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 마련의 필요성

대학 전체 입학정원을 줄이는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정 어려움을 겪는 사립대의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달 2일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립대구조개선법)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사립학교법'에는 초·중등학교 해산 특례가 있었으나, 대학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제도 공백을 메우고, 자발적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유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쟁점은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해산정리금'의 범위와 지급 기준이다. 사립대구조개선법에는 설립자 측에 잔여 재산의 15%를 지급하도록 했는데, 이를 두고 "초중고 법인의 30%보다 낮다"라는 지적과 "국가 지원금으로 형성된 자산의 사유화"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폐교 후 자산 처리 및 활용, 교직원 고용 승계와 재취업 연계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편, 앞서 지난해 8월 사립대의 수익용 재산을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금액이 5억원 미만에서 20억원 미만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2023년 사립대 재산 처분 허용에 이어 규제를 더욱 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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