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관세협상 타결한 韓, EU·日 동일선상?…경쟁력 우위 확보 어려울수도

자동차 관세 12.5% 관철 실패…최대 수출품목 경쟁력 상실
경제규모 대비 대미 투자 규모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 높아

24일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업계에서도 향후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업계에서도 향후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관세 혜택 소멸로 일본과 EU에 경쟁 우위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 관세 부과 위기 속에서 한국은 무역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자동차 관세도 15%로 확정돼 목표치였던 12.5% 달성에는 실패한 것이다.

◆일·EU와 동일한 관세율 15%

한국·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새로운 관세 책정 서한을 처음으로 보낸 국가다. 양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막대한 무역 적자를 안겨주는 국가라는 공통 분모를 지닌다.

EU에 대해서도 미 정부는 '무역 불균형'을 근거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양보를 요구해왔다. 한국과 일본, EU 모두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다소 불리한 협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의 경우 우리 정부가 끝까지 12.5% 관세율 적용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크다.

일본과 EU가 적용받는 15% 관세는 기존 2.5%에 자동차 품목 관세 12.5%를 더한 수치다. 반면 FTA 적용으로 0%에서 시작한 한국은 기준점격인 12.5%까지 관세를 내리지 못했다. 그동안 무관세를 통해 일본·EU 자동차에 대해 가졌던 상대적 우위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또 대규모 투자가 미 정부의 관세율 인하를 이끌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 규모는 EU가 6천억 달러, 일본이 5천500억 달러, 한국 3천500억 달러 순이다.

◆GDP 대비 과도

하지만, 일본의 경제 규모가 한국의 약 2.15배(2024년 기준 명목 GDP 일본 4조262억 달러·한국 1조8697억 달러)이고 EU(19조4천233억 달러)는 10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한국 경제에 가중되는 부담이 더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협상 시한에 쫓겨서 많은 양보를 했다는 느낌이 있다"며 "일본의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4%, EU는 7%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약 20% 수준"이라며 "산술적인 규모 자체가 우리나라에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EU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략 산업에 2028년까지 투자하기로 했다. 민간 기업이 직접 투자하는 형식이다. 일본의 투자 분야는 반도체, 의약품, 인공지능(AI) 등 첨단 제조업과 인프라로 알려졌다. 한국은 조선 산업 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등 한국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 중심으로 투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에너지 개발 사업의 경우 일본은 미국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JV) 설립을 약속했다. 반면 한국은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향후 1천억달러(약 139조원)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 정부의 요구를 파악하고, 아직 타결되지 않은 미중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손수석 경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EU, 일본과 동일선상에 섰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양보를 한 것도 사실"이라며 "관세율을 낮춰도 가격경쟁력이 확실히 앞선 것은 아니다. 향후 저가공세를 강화하는 중국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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