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두진] 정청래의 도발 정치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된 직후 내놓은 일성(一聲)은 "강선우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였다. 강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고 '갑질' 논란이 터졌을 때 국민들은 고개를 저었지만, 당시 당 대표 후보였던 정 대표는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는 것이다. 힘내시라"고 지지를 밝힌 바 있다.

강선우 장관 후보자 논란 당시 국민의 56.4%가 장관 임명에 반대했고, 32.0%가 찬성 입장이었다.(7월 24일 발표. 뉴스토마토 의뢰 전국 성인 남녀 1천8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임명 찬성 여론이 54.1%에 달했다. 정청래 후보는 국민 상식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의 뜻에 주목(注目)했고, 그 입맛에 맞춘 덕분에 경선에서 압승했다.(61.74% 득표)

정치인들이 그렇듯 정 대표 역시 큰 꿈(대권)이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본인이 그 구심점(求心點)이 돼야겠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그가 여당 대표가 되자마자 '갑질 강선우'를 감싸는 한편 "야당과 악수하지 않겠다. 국민의힘 해산 추진 못 할 게 없다. 추석 전 검찰, 언론, 사법 개혁에 대한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즐겨 썼던 '강성 팬덤 정치'를 그대로 따라가는 셈이다.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악마화하고, 때려잡을수록 강성 지지층은 환호하고, 민주당 진영 내 정 대표 입지(立地)는 단단해질 것이다. 그 반사작용(反射作用)으로 국민의힘에서도 강성 팬덤에 기대는 정치인이 주목받을 것이고 국민들은 '상대편을 잘 두들겨 패는 것'을 정치인의 능력으로 평가할 것이다. 마치 조폭 두목이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는 부하를 총애하듯 말이다.

한국 정치에서 '조폭식 싸움'은 돌이키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책임은 여러 사람에게 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상식이나 염치는 안중에 없는 싸움으로 권좌(權座)에 올랐으니, 야망 있는 자들이 그 방식을 모범으로 삼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정치는 상당한 기간 '개싸움'처럼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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