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2019~2023년) 국내 보건소, 병의원에서 도난·분실된 마약류 의약품이 6만4천460정에 이른다. 마약류의 불법 유통은 단순히 범죄 조직이나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보건소·의료기관 등 합법적으로 마약류를 취급할 수 있는 기관의 허술한 보관·관리 체계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대구지역 보건소와 병·의원의 마약류 보관 실태를 심층 취재하고, 현장의 문제점과 제도적 허점,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개선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구시 각 구·보건소가 범죄현장에서 압수된 마약이나 병의원에서 폐기해야 하는 마약류 의약품을 사무용 캐비닛에 보관하는 등 보안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금 장치나 CC(폐쇄회로)TV는 설치돼 있으나, 보관함이 위치한 사무실 구조상 일반 민원인이나 타 부서 직원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못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 수성구보건소는 올해부터 검찰·경찰이 몰수한 마약류를 직접 인수받아 보관·폐기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몰수마약 72건이 반입됐다. 한달에 10건 내외가 들어오는 셈이다. 비밀번호가 걸린 철제 캐비닛에 보관하지만, 창고 공간이 협소하고 보관 장소가 사무실 내부에 있어 외부 접근 차단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기관에서 들어오는 마약류 의약품은 보건소에서 자체 폐기한다. 희석해서 못쓰도록 만들어 폐기물통에 담아 의료폐기물 수거업체에 보낸다. 마약류 의약품은 6개월에 100건 정도 들어오지만 이 또한 처리하는데 일손이 딸린다. 급하게 처리하다보면 보안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남구보건소는 금고나 감시 장비가 미비한 상황이다. 이중 잠금이 된다고 하지만 서류 보관 캐비닛으로 잠금장치가 허술하다. 올해 일반 폐기 건수만 117건에 달하지만 별도 금고나 보안 시스템은 없다. 동구보건소는 대부분 당일 처리해 마약류 보관 금고가 없었다. 최근 감사 지적에 따라 예산을 확보해 도입할 계획이다.
달서구보건소는 마약류 의약품을 사무실 책상 위에서 폐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 안전과 보안이 동시에 우려된다. 중구보건소는 몰수마약류를 경찰이 압수 후 보건소로 전달하지만 접수 건수 자체가 적어 관리 경험 있는 공무원이 드물다.
대구지역 보건소 대부분은 잠금장치가 있는 캐비닛에 마약류를 보관하고 있었지만 일반 서류 캐비닛이어서 강제로 연다 해도 보안업체와 직접 연결돼 있지 않아 도난사고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이러한 보안 허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23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2023년 6월 춘천시 보건소가 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 5종 500g을 금고 밖에 보관하다 분실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0억원을 호가한다. 의료기관 중심으로 사고마약류가 다수 발생했으며, CCTV 및 무인 경비장치 설치가 권고사항만으로 그치고 있는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행정 전문가들은 "마약류는 극소량만으로도 중독 및 불법 유통의 위험이 크므로, 전용 금고, 접근통제, CCTV 상시 감시, 정기 점검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차원의 보관 기준 표준화, 예산 지원, 보건소별 시설 개선 이행현황을 공개하는 관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지역 한 보건소 관계자는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 대마, 양귀비 등이 보건소로 들어오지만 이를 사무용 캐비닛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실, 도난 등 문제가 생길 경우 담당자들이 징계를 받을 수 있어 일부 보건소에서는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이를 제대로 보관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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