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사면복권으로 출소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첫 일성으로 "검찰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과연 그런가.
가족 관련 비리도 파렴치범 수준이지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는 심각한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부정부패 척결을 총지휘해야 할 민정수석이 금융위원회 경제정책국장 출신으로서 다수의 직무관련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유재수에 대한 특별감찰반 감찰을 중단시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함께 사면복권된 은수미 전 성남시장은 어떤가. 자신에 대한 정치자금법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성남중원경찰서 수사팀장의 수사를 무마시키는 대가로 그가 부탁한 업체와 납품계약을 맺고 5급 공무원 승진 청탁도 들어준 사건이다. 이재명 정권의 첫 광복절 특사는 부패사범을 봐주기 위한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상징적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김민석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재산 관련 의혹의 궁금증도 가시지 않는다. 김 총리는 본인과 배우자, 모친의 재산으로 총 2억1500만원을 신고했다. 최근 5년간 국회의원 세비로 5억1000만 원의 수입 밖에 없었지만 13억원을 지출해 차액 8억원의 자금 출처가 문제됐다. 경조사와 출판기념회 수입, 배추농사 투자 수익금 등이라고 해명했지만 객관적 증빙자료는 제출하지 못했다.
김 총리는 2004년 5월 정치자금법위반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2009년에도 불법 정치자금 7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도입된 지 30년이 지난 공직자 재산등록제도가 완전히 고장났음이 확인됐지만 누구 하나 문제의식이 없다.
3만원 짜리 식사를 해도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되었던 김영란법은 2015년부터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사문화된지 오래다. 김영란법 실패의 교훈은 법과 제도를 정교하고 효과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반부패 제도는 이미 선진국에 널리 도입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패범죄의 입증책임 전환규정이다. 프랑스는 2006년 형법 제321-6조를 신설해 본인은 물론 부패 혐의자와 '일상적인 연관 관계'에 있는 가족, 동거인 등이 소유 재산의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거나 가공의 자금 출처를 통해 은닉할 경우 그 자체로 3년 이하 구금형과 7만5000유로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부패 처벌규정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프랑스 형법 제432-15조에 의해 10년 이하 구금형과 100만 유로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공공재산유용죄'는 선출직과 임명직을 불문하고 공적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할 공공재산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일체의 행위를 처벌한다. 공공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사적 목적의 식사 접대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개혁'이라는 단어가 남발되는 정치권이지만 유독 반부패 개혁의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프랑스는 2016년 최고 세율 75% 부유세 도입을 추진하던 예산부장관이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운용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자 20년 만에 전면적인 반부패 개혁을 단행했다. 독립 기구인 반부패청을 신설하고 민간과 공공 부문을 아우르는 부패 예방, 조사, 처벌 시스템을 도입했다.
K-시리즈가 좋다 해도 K-부패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부패를 뜻하는 corruption은 '모두cor'와 '파괴한다 rumpere'를 합친 라틴어 corrumpere에서 유래했다. 부패는 국가와 사회 모두를 파괴하는 공동체의 적이다.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법은 큰 파리는 잡지 못하고 작은 파리만 잡는 거미줄"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의 허술한 반부패 제도가 권력형 큰 파리는 잡지 못하고 힘없는 작은 파리만 잡고 있지는 않은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반부패청을 독립시키고 부패범죄의 입증책임 전환 규정 도입,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 재산 허위 신고에 대한 처벌규정, 공공재산 유용죄 신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부패 개혁을 통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문화 조성'을 공약했다. 공약 실천의 첫걸음은 정치부패의 척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조국 씨, 사면 아니라 사실상 탈옥, 무죄라면 재심 청구해야"
김여정 "리재명, 역사의 흐름 바꿀 위인 아냐" 발언에…대통령실 "진정성 왜곡 유감"
'조국 특사' 때문?…李대통령 지지율 51.1%, 취임 후 최저치
김건희 "내가 죽어야 남편 살길 열리지 않을까"
"횡령 의도 없다"…경찰, 문다혜 '바자회 모금 기부 의혹' 무혐의 처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