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문 걱정이 없던 시절도 옛말이다. 불펜이 약한 탓에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 2025시즌 힘든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 와중에 불세출의 마무리가 은퇴를 선언했다. 구단과 팬 모두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도 남은 전투는 치러야 한다. 버겁지만 새 마무리가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 뒷문 막는 김재윤
애초 예상과는 차이가 크다. 올 시즌 '절대 1강'으로 꼽힌 건 KIA 타이거즈.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패퇴하긴 했지만 합을 겨뤘던 삼성이 유력한 대항마로 지목됐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삼성과 KIA 모두 중위권 싸움에 휘말려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삼성의 발목을 잡은 건 불안한 불펜. 고질적인 문제다. 몇 년째 이 때문에 고전 중이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마무리 투수마저 비틀거리니 더 난감하다. 리그에서 손꼽히던 마무리 김재윤은 2024시즌 삼성으로 건너온 뒤 좀처럼 옛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T 위즈 시절 김재윤은 마치 옛 오승환같았다. 2020년대 들어 리그 최고의 마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2021년 32세이브, 2022년 33세이브, 2023년 32세이브를 기록했다. KT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2021시즌 우승하는 데 앞장섰다.

2023시즌 후 김재윤은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었다. 4년 총액 58억원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도중 구위가 떨어진 오승환에게서 마무리 자리를 넘겨받은 뒤 잘 버텼다. 다소 불안했지만 11세이브 25홀드로 삼성이 2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 무너졌다. 4월 평균자책점이 7.11에 이르렀다. 결국 마무리 자리도 신예 이호성에게 내줘야 했다. 구위가 떨어졌다. 지난 시즌 자신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겨준 오승환같았다. 코칭스태프와 팬들도 기대를 접었다. 숱한 비난 속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2군에서 절치부심, 구위를 끌어올렸다. 구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구속도 시속 140㎞ 중후반까지 올라왔다. 기회도 찾아왔다. 이호성이 허리 부상으로 빠지며 다시 마무리 자리를 맡게 됐다. 이호성이 12일 복귀했지만 당분간 김재윤이 마무리로 뛸 전망이다.
김재윤은 지난 7일 오승환의 은퇴 선언 기자회견에서 "팀에 같이 오래 있진 않았다. 하지만 선배님은 제 롤 모델이다.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고 했다. 그런 마음을 간직하고 뛴다면 삼성의 뒷문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마무리 넘겨준 오승환

소나무처럼 늘 푸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도 세월을 거스르진 못했다. 43살로 KBO리그 최고령 선수로 뛰고 있는 오승환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선언했다. 7일 오승환은 인천에서 삼성이 SSG 랜더스와 경기를 치르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오승환은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마지막 경기를 할 때쯤이면 피부로 와닿을 거라 생각한다"며 "(등 번호) 21번이란 숫자처럼 내 선수 생활도 21년이었다. 이렇게 21이란 숫자를 뜻깊게 만들어주신 구단과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오승환을 상징하는 건 위기에도 변함없는 무표정과 타자를 압도하는 돌직구. 이를 바탕으로 KBO리그에서 통산 44승 33패, 19홀드,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32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6년을 보냈음에도 KBO 최초로 400세이브를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크게 흔들렸다. 구위가 떨어지며 타자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재윤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준 데 이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올 시즌 반등하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잦은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오승환은 "대구에서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감사드린다. 대구시민야구장 시설은 열악했지만 낭만이 있었다"며 "아직 공을 놓진 않았다. 올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팀이 부른다면 언제든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살아있는 전설'을 예우한다. 오승환의 등 번호 21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삼성이 야구를 하는 한 이 번호를 다는 선수가 없을 거란 뜻.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구단 사상 네 번째이자 투수로는 최초의 영구 결번이다.
오승환은 "만약 남은 시즌 불펜으로 출전하게 된다면 김재윤에게 공을 넘긴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마무리 김재윤을 믿는다는 얘기다. 그는 김재윤을 두고 "자기 공에 자신감을 갖고 던지길 바란다.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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