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태윤의 국제정세]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질 경제·안보 과제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었다. 최상은 아니었으나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여 다행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압박했던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끝난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해결해야 할 중대한 현안이 남아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자 지경학 리스크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정책이 세계 각국을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하는 무역상대국들이 모범답안을 마련하느라 초비상 사태다. 국내 대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는 지경학 전략을 수립하기에 정신없다.

동북아에서 중국·러시아·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정학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와 함께 풀어야 할 국가안보 과제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지경학과 지정학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경학 측면에서 살펴보면, 한미 간에 합의했던 통상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정부는 최혜국 대우를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트럼프가 정상회담 중에 비관세장벽 문제를 제기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 대비도 해야 한다.

반면, 트럼프 정부가 필요한 조선업 협력관계를 최대로 부각해야 한다. 정부가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이미 제시하여 트럼프의 호감을 사고 있다. 이것은 한미 간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해군력 증강사업으로 확대하여 상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핵심은 안보 문제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가치와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이 어떤 화학적 결합을 이룰 것인지 궁금하다.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트럼프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친중 성향"에 관한 의구심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 핵심 과제가 주로 논의될 것이다.

첫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증액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연간 100억 달러로 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등 거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6월 나토 국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였다. 미 정부는 한국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 역할의 재조정 문제이다. 미국은 한미동맹 현대화를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역할을 대만해협과 연계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은 "안미경중 안된다. 미국과 중국에 양다리 걸치면 모욕적이다"라는 원색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만해협은 미국과 중국 간 핵심 이익이 부딪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이 대만해협 문제에 관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기에 명료한 모범답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점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제2의 애치슨 라인 설정을 통해 미국 방위선에서 한국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라는 말도 들리고 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셋째, 트럼프 정부가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라는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관심을 보여, 미북정상회담 추진을 놓고 한미 대통령 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한국 패싱 방지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한미연합훈련도 축소되고 있다. 대북한 심리전을 일찍 포기했다는 우려 여론도 크다. 북한의 핵 무력 정책이 강화되고 있으며 북한·러시아 간의 군사협력이 밀착되고 있는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오는 한미정상회담은 경제 및 안보 차원에 있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중요한 계기이다.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정부는 상호 협력관계의 공유점을 넓혀야 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군사 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미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답안을 작성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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