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즉각 파면(罷免)을 요구했다. 김 관장이 광복 80주년 기념식에서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 발언한 데 대한 비판이다. 김 원내대표는 "나라를 팔아먹어야만 매국노가 아니다. 세 치 혀를 놀리는 자에게 단 1원의 세금도 줄 수 없다"며 "순국선열을 욕보인 자는 이 땅에 살 자격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국내외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는 자랑스럽고 숭고(崇高)한 역사다. 그러나 우리 해방은 1945년 일본의 패망과 연합국의 군사적 승리가 직접적 원인이었다.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 해방의 역사적 원인은 분명해진다. 우리가 일본을 상대로 한 전쟁에 이겨서 독립을 쟁취(爭取)했나?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에 승리했더라도 1945년 8월 우리가 해방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독립운동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기반을 형성했고, 해방 이후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독립운동에 대한 가치 평가와 해방 과정의 역사적 사실(일본 패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 사실과 실체를 외면하는 태도는 과거 조선의 위정자들이 나라를 잃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은 정신적 위안일 수 있으나, 국가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방은 외부의 힘으로 얻은 것이지만, 오늘의 대한민국 건설은 우리 스스로의 선택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독립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의 자주·자립 정신에서 찾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이 독립운동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것이고, 미래를 위한 성찰(省察)이다. 김 원내대표는 "나라를 팔아먹어야만 매국노가 아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정치인이 역사적 사실을 도외시하고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이말로 '매국'에 다름 아니다. 수많은 징조(徵兆)와 조짐(兆朕)이 있었음에도 조선의 위정자들이 현실과 사실을 외면함으로써 나라를 말아먹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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