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살맛 나게 하는 다정(多情) 한 스푼

타인의 마음 살피고 연약함 감싸주는 것이 진정한 다정함
내 안의 다정함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구할 수 있어

인사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인사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고 오히려 혼자가 편하다고도 합니다. 혼밥(혼자 먹는 밥), 혼여(혼자 하는 여행), 혼술(혼자 마시는 술)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립의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시작하는 시를 떠올립니다. 마주 앉아 따뜻한 음식을 함께 먹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여행의 감상을 나눌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당신 혼자만 외로운 게 아니니 안심하라는 시인의 다정함이 나를 위로합니다.

◆ 내게 다정해야 타인에게도 다정할 수 있다

'다정함이 인격이다'의 표지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얕아지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는 종종 서로에게 차갑게 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다정함이 인격이다'(김선희 지음)는 그런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다정함은 선택이 아니라 인격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로 인해 자존감이 높아졌다거나 낮아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스스로 또는 타인에 의한 평가에 자존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매 순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고 나다움을 만들어 가기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진정한 자기 사랑과 자기 존중이 이루어지며 이것이 나아가 개성과 인간미가 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타인에게 다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 자신에게 다정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지친 나를 돌보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에게도 다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정함은 단순히 친절한 말이나 행동이 아닙니다. 나의 마음을 살피듯 타인의 마음을 살피고, 나의 단단함으로 상대의 연약함을 감싸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정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정함이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인격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다정함은 일상 속에서 더욱 빛납니다. 화려한 이벤트나 특별한 행동이 아니어도 "내가 있잖아"라는 한마디만으로 서로의 관계는 충분히 단단해집니다. 내가 있음이 상대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동시에 자신에 대한 신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정함에는 갈등을 풀고, 상처를 치유하며, 서로를 이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결국 다정함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사람답게 존재하기 위한 본질적인 태도입니다.

◆ 우리 곁의 '비스킷'을 위한 작은 다정함

'비스킷'의 표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분명히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깨를 부딪치고도 미안하다는 말 없이 스쳐 지나갑니다. '비스킷'(김선미 지음)에는 정말 그런 존재가 등장합니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 존재, 이들이 바로 '비스킷'입니다. 사람들은 정말 그들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존재감이 희미해져 버린 비스킷은 점점 그 색과 윤곽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말과 눈빛을 잃어가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지며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누군가의 진심 어린 관심입니다.

비스킷의 주인공 성제성은 소리에 유독 예민한 인물입니다.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도 제성에게는 분명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사라져가는 비스킷들의 미세한 신호를 감지해 내지요. 제성과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희미해져 가는 비스킷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이름을 묻습니다. 오지랖처럼 보이는 그들의 행동은 가루처럼 부서지고 있는 비스킷들을 다시 단단하고 또렷하게 세상 속에 자리 잡도록 합니다.

우리 곁에는 이미 수많은 비스킷들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몇 년째 함께 일하지만 이름조차 모르는 동료, 말없이 사라져 버린 친구, 표정이 무거워도 이유를 묻지 않는 가족…. 어쩌면 우리 역시 비스킷이 되어 가는 중일 수도 있지요. 이런 서로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들어 준 오지랖, 관심, 참견의 또다른 이름은 바로 다정함입니다. 이름을 불러주기, 인사를 건네기, 눈빛을 마주치기, 안부를 묻기 - 내 안의 다정함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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