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많은 면에서 성장을 이뤘지만, 발전된 우리 사회 안의 가장 힘없고 약한 이들을 동반하고 돌보며 지원하는 데는 여전히 까막눈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성적 중심' '경쟁 중심' 체계를 유지해 왔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 학업 중단 청소년은 5만4천615명에 이른다. 상당수가 정서적 어려움이나 심리적 문제로 학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구미 미래로병원에서 약 5년간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적 비관 등으로 자해와 자살 시도 후 병원에 입원한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있다. 성적 위주 교육의 문제점과 심각한 자해, 자살 예방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오죽했으면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일 대선 당선 후 첫 주재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던진 첫 질문이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였을까.
학교 부적응은 단순히 의지가 약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우울증, 불안장애, ADHD, 가정 및 학교폭력의 상처 등 복합적인 심리·사회적 요인이 얽혀 있다. 따라서 이 아이들에게는 치료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절실하다.
전국적으로 여러 형태의 대안 교육기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심리 치료와 교육을 결합한 '치료형 대안학교'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경북에는 단 한 곳도 없다.
경북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구미 미래로병원은 전문의 6명이 진료하는 정신과 전문병원이다. 평균 250명의 정신과 환자가 입원해 있다. 2024년 기준 소아청소년정신과 입원 환자는 103명, 정신과 외래 진료 학생은 2천963명이다. 중·고생들이 대부분이다.
입원 학생 103명 가운데 69명(67%)이 한 달 미만, 21명(20%)은 두 달 미만, 13명(13%)은 두 달 이상, 일부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입원했다. 이들이 공부를 하지 못하고 방치되지만 치료와 공부를 병행할 대안학교가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학부모들은 수업일수 부족으로 인한 유급을 피하기 위해 대구나 대안학교가 있는 타 지역 병원으로 학생을 옮기거나 아예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검정고시나 독서 지도 등으로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낙인 해소도 중요하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문제아'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에 호소한다. 치료형 대안학교가 경북에 개설되지 않으면 교육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 가정은 절망뿐이다. 치료를 받으며 공부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외면받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심리상담 치유 및 대안교육을 병행하는 방안을 찾길 제안한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치료형 대안학교를 위한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 교사 및 치료 인력 양성, 법적 지위 보장이 필요하다. 일반 학교와 병행 가능한 '치료형 위탁교육 모델'을 도입하면 더 많은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든 아이는 각자의 이유로 길을 잃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길을 잃은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치료형 대안학교는 그 길을 찾는 시작점이자, 우리 교육이 회복적 정의와 포용을 실현하는 길이다.
이제는 교육의 목적을 '성적 향상'에서 '삶의 회복'으로 확장해야 한다. 학교 부적응 청소년을 위한 경북 치료형 대안학교가 설립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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