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굵직굵직한 법안들이 연이어 통과되고 있다. 지난 7월 3일 정부 여당은 1차 상법개정안을 통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8월 25일 2차 상법개정안을 통해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기업의 중심을 경영진으로부터 주주로 옮긴다는 것과 의결권을 배분하고 소수의 주주를 보호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이다.
이에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세다. 향후 단기 이익만을 노리는 주주들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며, 일부 투기자본들이 법을 악용해 기업의 경영권 흔들기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수준이 낮고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주주들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당장의 주가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경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경영진은 결국 장기적인 전략을 포기해야 하고 과감한 투자나 성장 전략은 위축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법이 미래의 비전을 갖고 창의성을 발휘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자율권을 침해하여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전자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이름으로 기업을 노동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고, 후자는 생산주체의 중심을 원청 기업으로부터 하청 업체로 전환시키겠다는 게 의도다.
이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정치권이 결국 국내 산업 생태계를 통째로 흔들어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파업으로 기업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도 배상받을 길이 막혀 산업 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자칫 원하청 간의 건강한 관계를 무너트리고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 비판한다.
노란봉투법으로 노사 간의 법적 분쟁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이미 원청을 향한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도대체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한둘이 아닌데 사사건건 직접 교섭을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까지 원청기업에서 보장하라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지금 여당이 쏟아내는 모든 정책과 법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대부분 시장 통제적이고 규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시장은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존중할 때 가장 최상의 성과를 낸다. 반대로 제3자의 자의적 압력과 규제가 개입되면 최악의 성과를 가져온다. 정부규제는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반드시 부작용을 초래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정책들 때문에 납세자나 유권자들이 부담해야 할 직접적인 비용은 거의 없다. 대부분 서민에게 '노란봉투법'은 크게 피부에 와 닿지도 않을 수도 있다. 소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소액주주들이 '주주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기업 경영진과 맞설 여유가 없다.
정부당국도 어느 정도의 행정비용이 소요되겠지만 휘청할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정책과 규제를 받는 당사자들이다.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법과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업계가 부담해야 할 직간접적인 비용은 결코 웃어넘길 수준이 아니다. 자칫 기업이 문을 닫거나 해외자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 같은 업계의 위협과 비용 부담에서 소비자가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벌써부터 산업 현장 곳곳에서 노조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파업 예고와 고소가 남발하면서 법을 피해 아예 한국 시장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줄줄이 떠나고 난 후 노조만 남은 지역경제와 나라경제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국가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은 채, 당장 '힘쓰는' 재미에 빠져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법을 만들고 있다.
이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진보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변화를 목표로 할지라도 앞으로 진전하고 성장하는 것이지 제자리나 뒤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진보' 정당이 밀어붙이는 법과 정책은 지극히 '반(反)성장적'이다. 반성장적 진보주의. 어불성설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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