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 강렬한 음악이 흐른다. 영국 록그룹 뮤즈의 '사이코(Psycho)'다. 거친 기타 선율을 타고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김재윤이 등판한다. 이젠 믿을 만하다. 김재윤이 제 모습을 찾으면서 삼성이 프로야구 중위권 판도를 휘젓고 있다.
삼성이 힘을 내고 있다. 26일 경기 전까지 3위 SSG 랜더스와 승차는 불과 2경기. 선발투수들이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방망이도 잘 돌아간 덕분이다. 특히 고질적인 약점인 불펜이 김재윤을 중심으로 안정을 찾아가면서 경기 후반 무너지는 모습이 줄었다.

사실 불펜은 시즌 내내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4.78로 8위. 마무리 김재윤을 중심으로 구축한 불펜은 탄탄하지 않았다. 베테랑 백정현(평균자책점 1.95)이 분투했다. 하지만 6월 초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김재윤은 통산 188세이브를 거둔 베테랑 마무리. 묵직한 속구가 일품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초반부터 고전했다. 주무기인 속구 구속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게 결정타. 속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0㎞ 초반에 머물면서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결국 3년 차 신예 이호성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겼다. 이호성은 6월 7경기(8⅔이닝)에서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2.08로 선전했다. 추격조로 내려앉은 김재윤은 좀처럼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속구가 통하지 않자 변화구 제구도 흔들렸다. 자신감마저 떨어졌다.
삼성 불펜이 또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이호성이 7월 이후 흔들리더니 8월초 허리 부상까지 당했다. 구원자는 김재윤.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친 김재윤이 다시 마무리 자리를 맡았다. 돌아온 김재윤은 달랐다. 위력적인 속구를 뿌렸다. 팬들의 탄식도 함성으로 변했다.

애태우던 속구 구속이 올랐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0㎞ 후반으로 빨라졌다. 자신 있게 속구를 찔러 넣기 시작했다. 주무기가 위력을 찾자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변화구가 꺾이는 각도 예리해졌다. KT 위즈 시절 3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했던 위용을 찾았다.
8월 김재윤은 3세이브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도 0.87로 아주 좋은 상태. 특급 마무리라 할 만한 기록이다. 5월과 6월 평균자책점이 6.35, 6.43으로 엉망이었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 마무리 자리를 고민하던 삼성으로선 앓던 이가 빠진 셈이다.

김재윤은 반등에 성공, 신뢰도 회복했다. 박진만 감독은 이달 초 이호성이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자 주저 없이 김재윤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겼다. 당시 박 감독은 "김재윤은 마무리 경험이 많고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김재윤은 그 믿음에 부응했다.
이호성이 복귀한 뒤에도 삼성의 뒷문을 지키는 건 김재윤. 8월 9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유례 없이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매 경기가 승부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과감하고 자신 있게 공을 던지게 된 마무리 김재윤이 더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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