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지역 대학에서 교수를 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하면서 2021년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듬해 전국 지방선거에서 66.36%의 득표율로 제38대 부산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현재까지 4년 넘게 시장직을 맡고 있다.
"예술 창작자들이 어려웠던 팬데믹 때와 중앙정부 예산이 줄었을 때도 부산은 오히려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인터뷰 분위기를 바꾼 박형준 시장의 첫말이었다. 간혹 정치프로그램에서만 봐왔던 박 시장은 전투적인 이미지보다는 합리적인 논리형에 가까워 보였다. 연속 회의가 이어지면서 피곤해 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처럼 유연해졌고,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부산국제연극제 이야기를 꺼내자, 박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에는 작품과 관객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어요. 코로나19 시기에는 제대로 못 했었고요. 부산국제연극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국제 예술축제로서의 틀을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시장은 부산 연극계와 민간 소극장, 공공극장의 현황과 함께 부산국제연극제, 대한민국연극제, 오페라와 클래식 분야 등의 발전 방향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이미 세계적인 영화 축제가 되었잖아요. 앞으로 부산국제연극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극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예산만 늘린다고 될 문제는 아닙니다. 결국 사람인데… 그만큼 기획자, 예술감독의 역량이 중요하겠죠." 박 시장은 흩어져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축제를 내년 대한민국연극제와 부산국제연극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코카카아트페스티벌 등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이 예술 도시로서 붐업될 수 있는 방향성을 잡고 있는 듯했다.

▶역대 부산시장 가운데서도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비중있게 두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또 제가 사회학과 출신인데, 결국 문화라는 게 개인으로 보나 집단으로 보나 삶에 대한 해석적인 역량을 제일 많이 높이는 영역이거든요. 한 도시나 나라의 문화 수준이 깊고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삶에 대한 해석 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해요. 삶의 질이나 행복에 있어서 결국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가 문화예술을 삶에 구현하는 것이죠.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서 보면 인간의 최종적인 욕구는 자아실현이고, 이는 곧 개성적인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개성적인 삶이란 문화적인 분야에서 개인의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거고요. 도시경영을 하면서 삼은 최종적인 목표가 부산을 문화도시로 만들고, 이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이는 것입니다. 부산이 그저 그런 대한민국의 지방 도시가 아니라 세계로 열려있는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되고자 하는 꿈을 실현하려면, 문화 도시가 되는 일이 필수적이에요. 문화는 물류, 금융, 신산업 등 물질적인 차원들까지 덧붙어져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도시의 정신적 가치와 심미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이 예술 정책의 가장 중요한 초점이라고 봅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입니다. 부산만의 문화예술 핵심 정책은.
"두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시민들의 삶 속에 어떻게 문화와 예술이 녹아들도록 할 것인가?'예요. 그러기 위해선 시민들이 자리한 공간과 문화예술 간의 접촉면이 넓어져야겠죠. 경험과 기회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시민들 한분 한분의 예술적 관심과 소양을 키우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문화적 토양을 마련해야 해요. 이런 걸 요즘 말로는 문화예술 생태계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또 하나는 우리 부산시가 메트로폴리스와 글로벌 허브 도시를 지향하기 때문에 하이엔드(high-end) 수준의 예술 또한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요."
"예술이라는 게 굉장히 창조적이면서도 남들이 안 하는 걸 해내는 아방가르드 정신을 갖고 있어야 하잖아요. 나아가서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또 그걸 향유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하는 거죠. 지금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26년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은 2021년 착공해 지난 6월 20일에 개관을 했어요. 개관 기념 페스티벌로 정명훈 예술감독과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의 베토벤 합창교향곡,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의 리사이틀,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이 진행되어 연일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부산'이라고 하면 항구 도시와 영화, 부산국제연극제(BIPAF)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거든요. 부산국제영화제(BIFF)나 부산국제연극제 등의 도시 대표 축제를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올해 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어요. 이제는 22회를 맞은 부산국제연극제나 부산국제무용제(BIDF), 부산비엔날레 등 순수예술 축제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평판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해야죠. 이를 위해서는 기획력이 정말 중요해요. 좋은 기획이 있어야 예산이 나오고 지원이 따르는 거니까요. 뛰어난 글로벌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전문 기획자들의 역량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봐요. 어떤 사람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느냐에 따라서 그 성과가 굉장히 달라집니다. 내년 제44회 대한민국연극제를 부산에서 개최하는데, 부산 극단과 해외 연출가의 협업 공연을 추진해서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려고 합니다."

▶공연예술 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은 결국 극장일 텐데, 서울시도 장르별 전용 극장과 민간 소극장을 활성화하고 있단 말이죠. 부산도 예전보다는 활성화가 많이 되어있지만, 부산시민회관 이외에도 더 많은 전용 극장이 만들어져야 하지요. 부산시민회관에 가보니 옛날보다는 극장 컨디션이 좋아졌더라고요. 연극을 발전시킬 수 있는 부산시만의 극장 지원 정책은.
"요즘엔 연극, 영화, 퍼포먼스 아트가 다 연결되어 있죠. 특히 예술의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과학으로 치면 기초과학에 해당하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연극 생태계가 제일 어렵거든요. 진짜 춥고 배고픈 연극인들이 많죠. 그런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서도 부산은 연극계의 명맥과 전통이 유지되어 온 편이에요. 부산에는 현재 공공 공연 시설 35곳, 민간 공연 시설 48곳이 있고, 그중 300석 미만의 민간 소공연장과 소극장도 40곳 정도가 운영되고 있지요. 앞으로 부산문화재단을 통해서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려고 해요. 어떤 형태로든 소극장들에 대한 지원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겠고요. 내년도에 부산국제연극제를 열게 되면 부산문화회관 중 소극장을 리모델링하든지 해서 연극 전용 극장으로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차제에 필요하다면 연극과 뮤지컬 등을 함께 공연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더 구축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소향씨어터 같은 곳에서 뮤지컬은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데, 연극은 아직 문화회관이나 시민회관에 의존하는 편이죠".
▶이재명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광, 콘텐츠 산업 전문가이다 보니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해하는 분위기입니다. 부산시는 순수예술에 관해서 어느 정도 예산 규모로 지원 육성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지금까지 부산시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어요. 2022년도 45억 수준이던 예산이 올해에는 85억으로 늘어났고, 2027년까지 100억 원 규모로 예산을 늘려 창작활동 지원·예술 기획·확산·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지원체계를 다각화할 예정입니다. 또 부산콘서트홀이든 오페라하우스든 앞으로 생길 세계적인 미술관이든, 이러한 하이엔드 수준의 기관을 운영할 기획자나 예술감독, 예술단의 수준을 확 끌어올려야 하잖아요. 이번에 부산콘서트홀이 굉장히 성공적으로 개관을 해서, 그것 하나로 부산의 클래식 위상이 달라졌어요. 이는 사람과 시설, 프로그램과 기획력의 성공이기도 하거든요. 고급 인력을 개발하는 데도 힘써야죠."
"한편으로 지역 현장에서 꾸준히 기반을 다져온 예술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지역 내부보다는 바깥에 시선을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이것대로 저건 저것대로 지원을 해서 통합적으로 연결시키는 게 필요해요. 지역 예술가들도 하이엔드 시설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기회를 얻는 거고, 세계적인 예술의 영향을 받아 지역 예술의 전반적인 수준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죠. 물론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역 예술을 지켜온 분들이 더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의 기본 방침입니다."
▶그런 생각들이 정책으로도 이어지고 있겠죠.
"예를 들어 부산의 30여 개 소공연장에서 한 달 내내 펼쳐지는 원먼스페스티벌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요. 앞으로 이런 기획을 더 확대해서 지역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시민들도 자극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작년부터 프랑스대사관과 함께 한-불 레지던시를 마련했어요. 부산의 청년 예술가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할 겁니다."

▶전국 문예회관과 공연예술 단체 교류 행사인 코카카아트페스티벌 2026년 개최 도시로 부산이 선정됐습니다. 행사가 내년에 영화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죠. 부산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축제 추진 방향이 있다면요.
"부산시는 이미 비팜(BPAM)이라는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을 진행해 왔어요. 아직은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겠지만, 저는 비팜을 코카카아트페스티벌과 연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연마켓 내지는 연극제나 공연예술제 등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서 행사를 전체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국내 공연예술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세계 각국의 공연예술 전문가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야죠".
▶올해 대한민국연극제가 인천에서 열렸습니다. 부산연극협회의 극단 누리에가 <어둠상자>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인천도 항구 도시 관련해서 축제 콘셉트를 잡았더라고요. 대표적인 항구 도시인 부산에서도 부산만의 강점을 살린 특별한 연극 축제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연극제가 2010년 이후 16년 만에 부산에서 개최되지요. 말씀드린 것처럼 부산시는 여러 행사를 묶어서 융복합으로 진행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도 음악, 영화, 문화, 음식, 비즈니스, 테크 등의 국제행사가 동시에 열리는 페스티벌 시월과 함께 묶었어요. 영국 웨스트엔드처럼 같은 기간에 여러 예술 행사가 모이는 거죠. 묶으니까 효과가 더 배가 된다는 걸 저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어요."
▶코카카아트페스티벌과 대한민국연극제 등을 엮어서 다시 하나의 브랜드로 만든다는 계획이군요. 올해 부산국제연극제는 어떻게 보셨나요? 국제연극제다운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국제 연극 축제로서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연극제에 6만 3천여 명 정도의 관객이 왔다고 하니까, 예년보다 훨씬 활성화된 건 맞습니다. 주제가 '청년이 연극 하기 좋은 도시 부산, 시민이 연극 보기 좋은 도시 부산'이었는데, 작품 수준도 높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전에는 부산국제연극제가 코로나19 때문에 주춤했다면, 지금은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이고 있어요. 아무튼 이런 축제를 디렉팅하고 진행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역량이 중요해요. 조직위원회의 전문성을 더 강화해서 부산다운 연극을 선보일 국제적인 기회의 장으로 삼아야죠."
▶부산은 역사가 깊은 항구도시인 만큼 지역의 특색이 담긴 소재와 이야기가 많이 개발되면 좋겠습니다. 설도윤 대표 개인이 만든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가 부산에 개관한 이후, 1년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가 22만 명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동안은 수도권이 뮤지컬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앞으로 부산도 뮤지컬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는 듯 합니다.
"부산은 뮤지컬 도시로서의 잠재력이 매우 높습니다. 부산의 문화시장이 점점 커질수록 창작하고 교육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해질 텐데, 그 점에 있어서는 아직 우리가 갈 길이 멉니다. 국내외 흥행작의 장기 공연을 유치할 뿐만 아니라, 부산의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개발을 지원하고, 대학과 제작사가 참여하는 공동창작 프로젝트를 운영하려고 해요. 이 역시 융복합으로 접근하려고 하는데, 경성대학교 등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다면 문화예술 분야 교육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입니다."
▶부산이 영화, 연극, 뮤지컬, 클래식, 국제 아트마켓까지 문화예술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예술 생태계 활성화 방향은.
"이미 부산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가 생겼으니, 하루아침에는 힘들겠지만 국립오페라단도 부산에 유치를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런 프로젝트를 매개로 지역 예술계와 서울 예술단체가 합심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교육과 창작의 눈높이도 바뀌겠지요. 지금 부산 오페라하우스도 라스칼라극장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거든요. 교육과 재생산 프로그램이 파트너십의 주요 내용이에요."

▶'15분 도시 부산'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더라고요. 시민의 삶 속에 스며드는 문화를 강조하면서, 특히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넘치는 '행복 문화도시 부산'를 만드신다고 하셨더군요.
"시민들이 15분 생활권과 같은 가까운 일상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뜻이에요. 문화부터 건강과 복지에 이르기까지 '15분 생활권' 안에서 모든 게 다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죠. 부산 지역 곳곳에 있는 생활문화센터와 소공연장을 이용한 시책을 추진 중입니다. 시민 개인이 문화예술 인프라를 홀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즐기고 배우고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한 생활권을 부산이 지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도 연결시켜서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합니다. 자연, 생태, 예술이 조화를 이룬 '문화예술 클러스터 이기대 예술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그러한 계획 중 하나예요.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같은 시설도 107개 조성을 해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여러 체험과 교육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음악 카페와 같은 여타 문화 공간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계속 확대해 나가려고 해요. 지난 6월에는 시민공원에서 클래식파크콘서트가 열렸는데, 시민 5만여 명이 관람하셨어요. 이처럼 클래식 음악이 일상에 스며드는 경험뿐만 아니라,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생애 주기에 맞춰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특화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입니다."
▶시민회관 같은 공간을 대관이나 행사 위주로 돌리지 말고, 상주 단체를 늘리거나 공연을 직접 제작해서 예술 인프라를 키워나가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7월에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 방문해 타운홀 미팅을 열었을 때도 공공극장을 제작극장화 해야 한다는 한 예술가 시민의 의견이 나왔는데요. 관이 주도하는 행사형 공공극장을 제작극장으로 전환해서 예술가들이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하고 시민들은 다양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부산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이미 제작 기반 극장 기조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다만 기존의 상주 예술단 제도처럼 지원받는 예술가들이 너무 직업화되고 관료화되면 그 안에서 역동적이고 새로운 흐름들이 생겨나지 않는 한계가 있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시즌 단원제 같은 제도를 통해 계속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려고 해요. 향후 연극 제작극장을 조성하고 극장 고유의 레퍼토리를 보유할 수 있도록, 예술감독과 같은 전문가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을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관객의 선택권이 작동하는 시장 중심의 구조, 고품질 콘텐츠를 생산하고 새로운 문화산업 구조를 이끌어갈 기획자와 예술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술분야도 수도권 현상이 심하다 보니 지역 간 문화 격차가 커지고, 그들만의 세계가 되는 경향이 있지요. 이러한 현상을 줄이기 위해 대표적인 장르별 국공립 단체가 지역에 분원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국립예술단체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부산시도 오페라하우스 개관에 맞춰서 국립오페라단을 부산에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 부산에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공연 시장의 성장 추세를 본다면, 국립오페라단도 부산과 함께함으로써 세계적인 예술단체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서울에 있는 분들은 균형 발전의 중요성을 잘 모르시죠. 균형 발전이 단순히 나눠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 지역의 잠재력을 활성화시키는 거거든요. 모든 게 서울로 지나치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저성장이나 저출생,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부정적인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문화 격차도 지역 청년들이 서울로 몰려가는 큰 이유 중 하나잖아요. 그러니까 국립예술단체를 지역으로 보내면 서울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요. 어떤 정권이냐에 상관없이 그런 정책들은 꾸준히 추진되었으면 해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웃음) 부산하면 송성웅 배우를 비롯해 수많은 배우, 연출가, 극작가들이 떠오릅니다. 극단 문지방과 같은 부산 출신 젊은 예술가들도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요. 이러한 지역 예술가들의 토양이 지속되고, 안정적으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정책은.
"시가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가야겠지만, 예술가들의 생계를 다 책임질 수는 없는 현실이에요. 하지만 적어도 돈이 없어서 창작을 못 하겠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죠. 창작공간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늘리고, 창작물이 문화시장에서 소비가 될 수 있게끔 플랫폼도 잘 만들어야 겠지요,"
▶정치인으로서 지역 간 문화 격차와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을 제안해 주시죠.
"문화 예술 정책이야말로 정말 지도자의 안목과 관심, 그리고 의지가 결과를 매우 크게 좌우한다고 볼 수 있어요. 예술이 막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게 왜 중요하고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다르거든요. 또 예술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에요. 그런 면에서 새 정부가 문화예술 정책에 관한 안목과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려고 부산시도 끊임없이 요청과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서로 손뼉이 맞아야 박수 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역 예술인들도 적극적으로 좋은 의미에서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들과 연극인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시죠.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저는 예술 하는 분들 중에서도 특히 연극 하는 분들이 정말 놀랍습니다. 그분들의 의지와 열정이 없었다면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었겠어요? 연극인들이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그게 자양분이 돼서 한국 문화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큰 역할들을 하고 계십니다. 시민들의 생활 속에 앞으로 예술과 연극이 더 침윤될 수 있도록 예술가와 부산시가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박형준 시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며 "우리 연극인들 많이 응원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오히려 인터뷰어가 먼저 했어야 할 말인데,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와 손병태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과 통화하니 "예산만 지금보다 늘려주면 부산국제연극제는 올해보다 더 커질 겁니더. 다른 장르 축제보다 확실한 차별화가 돼있심니더."라고 말했다. 고인범 부산 영화의전당 이사장은 내년도 코카카아트페스티벌을 제대로 치러낼 기세였다. 지하철 역사로 향하는 연산동 부산시청 앞 공원에서는 어르신 몇 명이 고스톱을 치고 있었고, 반려견들은 진지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내년에는 평화로운 부산에서 대한민국연극제와 부산국제연극제, 코카카아트페스티벌까지 역동적인 공연 축제가 개막된다.

김건표 대경대학교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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