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 수많은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들여 우리 것을 수집했죠. 단순히 문화재가 아니라 그것에 담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 삶과 기억이 소실되지 않도록 지켜준 분이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방송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잘 알려진 유현준 건축가(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았다. 이날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 탄신 120주년을 기념해 유 건축가와 전인건 관장의 명사특강, 야간 관람 이벤트 '밤의 미술관' 등을 진행했다.
유 건축가는 '간송, 도시, 미술관'을 주제로,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문명을 발전시켜 온 과정과 문화재의 힘에 대해 폭넓게 조명했다.
그는 예술품에 당시의 시대 상황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상업의 성장으로 사회가 크게 변화하고 새로운 도시 문화가 생겨난 조선 후기 영조·정조 시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씨름판, 장터, 서민들의 노동과 생활을 그린 김홍도, 양반들의 여가와 유흥 문화를 묘사한 신윤복 등이 시대를 기록한 화가라며, "당시 사는 사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지금의 우리가 그것을 보며 시대상을 이해하고 엿볼 수 있게 됐다. 그것이 예술이 갖는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건축가는 문화재가 사회와 정치, 경제, 기술 수준의 집약체라고 강조했다. 그 사회가 어떤 문명을 이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상징이기에, 세계 각국이 문화재를 외교와 국가 브랜드의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
"문화재는 우리 사회가 축적해 온 집단의 기억입니다. 기억이 사라지면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도 함께 사라질 수 있죠. 간송미술관이 현재의 사람들에게 계속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것도, 그러한 기억의 공통 분모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또한 안동 도산서원의 지형과 비슷한 점에서 착안한 계단식 기단과 박석마당 등 대구간송미술관의 건축적 요소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미술관 앞 수(水)공간과 정자까지, 오르막 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한국 전통 건축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해놓은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서울과 대구뿐 아니라 해외 주요 도시에도 간송컬렉션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 서울 동대문 DDP에서 열린 간송 전시에 갔더니, 학창시절 미술책에서 본 문화유산들이 다 있었다. 많은 문화유산이 한 곳에 모여있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진다"며 "계속 수장고에만 보관될 것이 아니라, 공공의 공간으로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전시되고 활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구겐하임미술관이나 루브르박물관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런던이나 도쿄 등의 도시에 간송미술관을 하나 지으면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댓글 많은 뉴스
'멱살 논란' 권영진 "스스로 탈당 결코 없어…합당한 징계 시 수용"
검찰 보완수사 폐지에…한동훈 "161명이 좀비처럼 저질러버린 사태"
'檢보완수사권 폐지' 형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당원 중심 정당' 깃발 든 장동혁…개혁안 광복절에 밝힌다
선관위, 총선·대선서도 투표자 수 오입력 '무더기' 확인…24년 65건·25년 81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