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대학 교직원이 책으로 희망을 전했다. 일본에서 출간된 시각장애 영유아 육아 지침서가 대구대 행정실장의 손길을 거쳐 한국어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대구대학교(총장 박순진)는 장애학생지원센터 김형진 행정실장(55)이 일본의 장애 전문서적 '시각장애 영유아의 발달과 육아'를 2년여에 걸쳐 번역·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책은 시각장애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모와 돌봄 제공자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국내에서는 드문 실용 안내서다. 평범한 대학 교직원이 재능기부로 450쪽 분량의 전문서적을 번역해 출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책은 1970년대 도쿄도 심신장애인복지센터의 관찰·지도 기록을 토대로 1980년 발간된 '육아수첩'을 새로 정리한 것이다. 일본 연구진이 2023년 개정판으로 다시 펴냈으며, 4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담고 있다.
김 실장이 번역에 나선 배경에는 오카다 세쓰코 씨와의 인연이 있었다. 오카다 씨는 도쿄도립심신장애인복지센터 상담사와 교수로 활동하다가 한국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며 김 실장과 만났다. 이후 오카다 씨가 일본으로 돌아가 추진한 개정판 작업에 김 실장이 함께하게 됐다.
김 실장은 출판사들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무보수 번역을 결심했고, 독립출판사 빈서재가 출판을 담당했다. 일본 영지사와 저자들도 인세 없이 출간을 허락했다.
김 실장은 1997년 대구대에 입사했으며, 일본어 전공자가 아님에도 2004년부터 꾸준히 공부해왔다.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투자한 끝에 지난 6월 번역을 완료했고, 9월 1일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책은 영아편부터 유치원편까지 발달 단계별로 부모들이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한다. 시각장애 아동의 능동적 탐색, 오감 활용, 놀이 중심 발달, 언어 발달, 생활 습관 자립 등 5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김형진 행정실장은 "대학에서 장애학생 지원 업무를 하다 보면, 우리 학생들이 영유아 시기에 제대로 된 교육과 생활 지도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장애가 있든 없든, 필요한 시기에 알맞은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아이들의 발달과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전문적인 이론서를 넘어, 시각장애를 지닌 영유아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참고서로서 더 큰 가치를 지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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