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말 한마디는 천근의 무게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늘 진중하고 세심해야 한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 이 말은 2023년 11월 말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부적절한 언행'이란 지적은 당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설화(舌禍)를 가리킨 것이다. 최 전 의원은 그즈음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한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 사회자가 한국 정치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비유하자,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설치는 암컷'이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 것이란 당 안팎의 여성 비하(卑下) 비판이 거세게 일자, 민주당은 사태 진화를 위해 최 전 의원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그런 최 전 의원이 약 2년 만에 또다시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조국혁신당 내 성비위(性非違)를 가리켜 '먹고사는 문제냐' '개돼지의 생각'이라는 말로 성비위 피해자 등을 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2차 가해 논란을 샀다. 이에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지난 4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최 전 의원의 발언을 함께 언급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一波萬波)로 퍼졌다. 민주당 윤리 감찰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가열되자, 최 전 의원은 사과 표명을 하고 7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최 전 의원의 막말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남 나주시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2찍'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2찍들을) 한날 한시에 싹 모아다가 묻어 버리면 민주주의가 성공하고 발전한다"고 한 그의 발언과 관련해 보수 진영이 크게 공분(公憤)하고 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다. 다만 과거처럼 총칼로 싸울 수는 없으니 온갖 '말'이 동원된다. 유튜브와 온라인이 대세인 지금 시대엔 갈수록 더 그렇다. 정치판이 자신의 지지자만 바라보는 팬덤의 장이 될수록, 정치인의 말은 더 자극적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래야 더 잘 먹히고 돋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두로 다시 돌아가 보자. 약 2년 전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을 문제 삼은 이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에서다. 이 대통령은 그 글에서 "언행은 언제나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고, 또 그렇게 평가된다"고 했다.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현재 여의도 국회는 어떤가. 노란봉투법에 이어 '더 센 상법' '더 센 3대 특검법' 통과도 모자라 위헌 논란이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추진까지, 현재 여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크다. 상대를 혐오(嫌惡)하고 척결해야 할 '적(敵)'으로 생각하는 정치판에서 협치(協治)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8일 예정된 이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에선 특검의 잇따른 압수수색과 여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우려가 등장할 것으로 주목된다. 이 대통령 말대로, '국민의 입장' '국민의 눈높이'에서 우리 정치권이 대내외 위기 극복을 위해 양보와 타협으로 서로 머리를 맞대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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