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행정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대전·충남, 광주·전남의 행정통합 특별법과 함께 2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TK특별시장을 뽑고, 7월1일 TK특별시가 출범한다.
TK특별시는 대한민국 최대 면적의 특별시가 되며, 획기적인 특례와 권한을 바탕으로 글로벌 국제공항과 항만을 동시에 보유한 새로운 대한민국 중심 지역으로 도약·발전하는 기회를 가진다. 경북도는 이미 바이오·관광·에너지 3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총 3조1639억 원 규모의 '2026년 북부권 경제산업 신활력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TK행정통합은 바람직하다. 역사적으로 TK지역의 성장과 발전은 연대와 통합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사회는 중앙집권적 국가로 출발하지 않았다. 낙동강 일대 지역의 씨족들은 혈연과 함께 느슨한 연대와 통합으로 씨족연합체를 구성해 통치·의례·방어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6개 씨족들로 구성된 사로국
씨족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연합하거나 통합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웠던 터라, 상호의존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 생존이 키워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급량(及梁)·사량(沙梁)·본피(本彼)·모량(牟梁)·한기(漢祗)·습비(習比) 등 6개 씨족들로 구성된 사로국이다.
사로(斯盧)는 진한 12개 소국 중의 하나로 지금의 경주 분지 계림 일대(서라벌)를 다스리던 씨족사회에서 시작됐다. 점차 진한 내 다른 씨족사회와 통합하면서 신라로 발전했다. 즉 사로국은 '단일 생활권'을 이루면서 씨족연합적 성격이 강화된 부족연합국 신라로 성장·발전했다.
이는 단절이 아니라 통합의 제도화였다. 각 부족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부족연맹의 성격을 유지했던 것. 신라의 화백회의(和白會議)가 만장일치를 통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했던 것은 이런 사실(史實)을 반영한다. 이런 지역과 귀족의 연합정치가 신라의 삼국통일을 견인했다.
고려에 들어서 '도(道)'라는 행정 단위가 만들어진다. 경상도의 원형은 1105년 '경상진주도'로 등장한다. 1314년(고려 충숙왕 원년)에는 신라 수도였던 경주(慶州)와 낙동강 동부지역 중심인 상주(尙州)의 앞 글자를 따서 경상도(慶尙道)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마디로 경주와 상주의 통합인 셈이다.
당시 경상도라는 광역 공간은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 교통로, 농업 생산지, 군사 동원 체계를 함께 묶은 공간이었다. 행정은 삶의 동선을 따라 만들어졌고, 사람들의 이동과 교류를 반영했다. 그러다 보니 점차 경주와 상주의 중간 지대인 대구가 중심이 됐다. 이는 지배의 구조라기보다 기능의 분담에 가까웠다. 즉 행정의 통합이었다.
◆경상도의 탄새
경상도가 행정구역을 넘어 '하나의 문화권'으로 성장한 것은 조선시대다.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학문은 지역을 넘나들었다. 혼맥과 학맥은 행정 경계를 의미 없게 만들었다. 서원과 향촌 사회 속에서 영남은 스스로를 하나의 세계로 인식했다. 대구는 행정과 교통의 중심이었고,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각지는 영남 문화의 깊이를 이루는 토양이었다. 이 둘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하나의 몸에 가까웠다. 퇴계학의 영남학파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권'을 이뤘다.
현대에 들어 경상도는 인문학보다는 산업화의 중심이었다. 마산, 구미, 울산, 포항에 산업화를 견인한 공단들이 들어서면서 경상도는 많은 부를 축적했고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리고 TK는 한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에 따른 AI시대가 열리면서 TK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갈수록 보수의 본산이 아니라 극우의 텃밭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는 기회가 있기 마련. 그 기회는 TK행정통합이다.
7월 TK특별시가 출범하게 되면, 우선 TK 전 지역을 '1시간 생활권', 즉 '거리와 시간의 동일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1시간 생활권'이 되어야 TK특별시가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GTX로 경기도 파주 운정역에서 화성 통탄역까지 81km를 57분이면 간다.
◆'1시간 생활권'이 지방 도시 살려
대구에서 안동까지 98km. 직선거리로는 78km다. GTX형 지하철도를 구축할 경우 85km가 예상된다. 공사비는 1km에 700억원, 85km에 6조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50m 이하 땅 밑은 국유지여서 토지보상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5년 동안 20조원의 정부예산이 지원될 예정이니 가능하다. 더불어 각 지방도시 사이의 연결망은 BRT(간선급행버스)를 촘촘히 엮어 '1시간 생활권'을 만들면 된다. '1시간 생활권'이 지방 도시를 살리고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 TK특별시는 안동시의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계승·완성시켜야 한다. TK지역의 사찰, 서원, 향교 등 문화유산과 청량산, 주왕산, 팔공산 등 자연유산을 '1일 관광권'으로 묶어 창달시켜야 한다. 가령 문경 봉암사 인근의 '세계명상마을'은 세계 간화선(看話禪)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
정신문화의 핵심 사상은 원효학과 퇴계학이다. 진실로 TK지역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가 된다면 TK특별시는 세계적 관광의 명소가 될 것이다. 원효의 일심사상(一心思想)과 퇴계의 경사상(敬思想)이 그 진가를 발휘할 때가 됐다. 기대된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내란 극복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나"
[단독] 돈봉투 쏟아진 서영교 의원 출판기념회
'대장동 반발' 검찰 중간간부도 한직…줄사표·장기미제 적체 우려도
10년만에 뒤집힌 박원순 아들 병역 비리 의혹
"주민 90% 찬성"에도 못 짓는 보도교…팔현습지, 개발·보존 대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