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말을 잘한다. 특히 의미를 강렬하고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땐 '조어(造語)'나 '비유' 등을 즐겨 사용한다. 이로 인해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말만 앞선다' '말뿐이다'는 등 욕을 먹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피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가 전자의 대표적인 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명언'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양 날개' '두 바퀴'를 언급한 건 후자의 예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새는 양 날개로 난다'고 한다"며 "기업, 노동 둘 다 중요하다. 어느 한 편만 있어서 되겠느냐"고 하고선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양 날개'를 강조해 놓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기업이라는 한쪽 날개를 부러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8일 오찬 회동을 한다. 이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말 잘한다는 정치인 중에서도 특히 말 잘하고 말발이 센 정치인으로 꼽힌다. 특히 정·장 두 대표는 양 극단의 강성 지지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또 어떤 언어를 구사할지도 관심사지만 '정-장'의 만남과 '말발 대결'이 더 궁금한 게 사실이다. 각 진영에서 초강경파인 데다 상대 정당에 대한 극도의 반감(反感)을 보이고 있어 이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이목이 쏠려서다. 악수 여부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대표와의 악수 거부를 공언해 와서다. 또 어떤 화려한 말로 악수를 할지 또는 안 할지 주목된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면서도 '한쪽 날개'를 꺾은 대통령이,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아득바득 '한쪽 날개'로만 날려는 정 대표가, '한쪽 날개'인 '반탄(反彈)' 세력만 보고 정치한다는 비판을 받는 장 대표가 이날 만남에서 펼칠 '말의 향연'이 궁금하다. '강 대 강' '말 대 말'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디 협치·소통·협력의 기본 중 기본인 '양 날개'와 '두 바퀴'의 진리를 말만이 아닌 가슴과 머리로 곱씹어 보는 회동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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