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작가 이강소의 회고전 '曲水之遊(곡수지유): 실험은 계속된다'가 9일부터 대구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열린다. 전시 첫 날인 9일은 무료 입장 이벤트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130여 점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이강소의 예술 세계를 조망한다. 특히 2011년 개관 특별전 '허(虛) Emptiness 11-Ⅰ-1' 이후 14년 만에 대구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강소의 개인전이어서 더욱 뜻 깊다.
전시명 '곡수지유'는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잔이 지나가기 전에 시를 짓던 동양의 풍류에서 비롯된 말이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흐르듯 사유하고, 예술을 나누는 태도는 이강소가 평생 추구해 온 예술관과 맞닿아 있다.
전시는 최근작에서 출발해 1970년대 실험미술과 이후의 확장을 따라간다. '청명(淸明)' 연작은 맑은 정신세계를, '바람이 분다' 연작은 청명의 기운에 화려한 색채를 더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무채색을 고수해 온 그는 "색이 나를 유혹했다"라는 고백처럼 자연스럽게 색을 받아들이며, 또 다른 국면을 열었다.
1970년대 대표작들은 한국 실험미술의 역사를 증언한다.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 출품된 '무제 1975-31', 이른바 '닭 퍼포먼스'는 전시장 한가운데 살아 있는 닭을 매어두고, 그 흔적을 작품으로 선언한 파격적 작업이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순간을 예술로 바꾼 이 작품은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자, 이강소를 국제무대에 알린 계기가 됐다.



중앙 섹션에서는 1980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강소 회화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그의 회화는 멀리서 보면 고요한 산세 같다가도, 가까이 다가서면 능선이 되고, 이내 큰 비를 머금은 하늘로 변한다"며 "무한하게 변모하는 화면은 '살아 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강소 회화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진 조각 작품도 볼 수 있다. 그는 서구 조각처럼 덩어리에서 형태를 조작하기보다, 자연의 질료와 기운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비커밍(Becoming·되어감)' 이라 명명한 이 작업은 흙, 불, 바람, 빛 같은 자연의 요소와 작가의 몸이 어우러져 탄생한다. 작가가 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우연들이 더해지며 작품은 '되어진다'. 작가는 이를 "의식과 무의식의 합작"이라 불렀다.
1전시장의 마지막에는 판화 작품과 함께 1970년대 이강소가 주도한 실험미술 운동과 대구현대미술제를 중심으로 다룬 아카이브 공간을 선보인다. 그가 결성한 신체제(新體制)를 비롯해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의 활동과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진 대구현대미술제의 기록이 귀중한 자료로 되살아난다.
또한 어미홀에서는 이강소의 첫 개인전 출품작 '소멸'(1973)을 중심으로 갈대와 브론즈 조각이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 대해 이강소 작가는 "내 작품은 내 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순간마다 관객과 만나며 새롭게 완성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반세기 동안 이어진 실험과 확장의 여정 속에서 탄생한 작품 세계를 폭넓게 선보이고, 대작들이 지닌 깊이와 울림까지 체감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이어지며, 전시 기간 중 도슨트와 연계 교육, 참여 이벤트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053-430-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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