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교영] '공천 청구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뉴스메이커(newsmaker)는 유튜버 전한길 씨였다. 한국사 강사에서 강성 우파(右派) 스피커로 변신한 그는 전당대회 내내 '윤 어게인'을 외쳤다. 전 씨는 당 대표 선거 한 달 전, '10만 당원 입당설'을 주장하며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후 당 대표 후보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할지 여부를 묻는 '면접'을 제안했다. 이에 응한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했다. 장 후보는 전 씨를 비롯한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가 됐다.

전 씨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전당대회를 통해서 그분(전 씨)의 영향력은 우리 당원들이나 국민이 모두 확인한 바 있다"고 했다. 또 '공천(公薦)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영향력 있는 분의 말이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 선출 뒤 전 씨의 거취를 놓고 여러 설(說)이 돌았다. 전 씨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과 관련, "공천 같은 것 안 받지만 설령 공천을 받는다 해도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구시장으로 나온다면 무조건 양보한다"고 했다. 대구 시민의 뜻과 공당(公黨)의 공천 시스템을 무시한 발언이다. 또 '전한길 품는 자'가 향후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거나, 대통령까지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언장담(豪言壯談)인지, 오만방자(傲慢放恣)인지 모르겠다.

유튜버 고성국 씨는 지난 2일 '보수'가 지선(地選)에서 이기려면 "국민의힘이 (공천) 양보를 하면 된다"고 했다. 자유통일당, 자유민주당, 우리공화당, 자유와혁신 등 4개 자유우파 정당에 국민의힘이 공천권 일부를 양보하라는 말이다. 시장·군수·구청장 자리가 230개 정도인데, 국민의힘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30개를 4개 정당에 넘기라는 것이다. 고 씨도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를 지원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발언을 장 대표에 대한 '청구서'(請求書)로 본다. 물론 현실성은 낮다. 당 대표가 마음대로 공천을 할 수 없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의힘이 얼마나 약체가 됐으면 이 유튜버들께서 이런(공천) 이야기를 하는 정당이 되었는가가 굉장히 가슴 아픈 지점이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kimky@imaeil.co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