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국가인 미국과 중국 정상이 다음 달 말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만나게 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실리외교(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국이 양국 사이에서 외교의 빛을 발할 수도, 아니면 눈치를 더 봐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미국 시사 잡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계질서 및 미국 중심 공급망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할 것이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중 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적절한 수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고 서방 세계가 이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미중 정상 간의 만남에 우호적 분위기 연출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라한셀렉트경주로 전격 변경하고, 한국의 미를 최대한 살리는 등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특히 양국 정상의 숙소도 불편함이 없도록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 등 부처 장관들도 잇따라 경주를 방문해 행사를 점검 중이다.
경주 APEC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만남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의 관세 협상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터라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지구촌 경제에도 큰 파동이 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양국 모두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약소국이다. 만약, 미중 간 우호적 결과가 도출된다면, 한국의 실리외교는 치밀한 전략하에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양국이 냉랭하게 회담을 마칠 경우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 간 회담이 성공하면 두 나라에 '박쥐(이솝우화의 박쥐)' 취급을 받을 수 있고 실패하면 '새우'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런 것이 약소국의 설움이다. 양 대국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하는 처지다"며 "우리가 살아남는 길은 안테나(기류 감지)를 바짝 세우고, 스스로 강해지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21세기 들어 중국의 영향력은 실제로 미국의 최대 경쟁국 반열에 오를 만큼 막강하다"며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에서 대놓고 친중 정책을 펼쳐선 곤란하다. 무게중심은 항상 미국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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