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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꾸는 시] 김도영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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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생…2021년 '천년의 시작' 등단

김도영 시인
김도영 시인 '해바라기' 관련 사진.

〈해바라기〉

물이 부족하면 해바라기는 상상해요. 내 몸 안에 우물 하나와 녹슨 수도꼭지가 있거든요. 발밑에서 졸졸 새는 물줄기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립니다. 건기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니까요. 마실 물이 없으면, 예전에 살았던 바닷가를 떠올려요.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른쪽 어깨에 얹은 빽빽한 해송. 눈앞의 바다는 눈으로만 마셔야 해요. 뿌리는 짠물을 견디지 못하거든요. 오랫동안 수평선을 바라보는 법을 익혔어요. 멀미를 참기 위해서였지만, 엄마의 튼 배를 떠올리면 파도가 제 배 속에서 울렁여요. 해바라기 뒤로 몸을 숨깁니다. '만약'이라는 말은 가정이지만, 언젠가 현실이 될지도 몰라요. 머리 위에 떠 있는 해가 어지럽게 돌아가요.

김도영 시인
김도영 시인

<시작 노트>

가끔은 마음이 건기처럼 갈라질 때가 있었습니다. 외부의 사랑이 스며들지 않을 땐 내부의 힘으로 버텨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물에 박힌 녹슨 수도꼭지를 떠올렸습니다. 낡았지만, 다시 물이 흘러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사랑은 종종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그 흐름이 막혔을 때에는 기다리기보다 먼저 지쳐버렸습니다. 홀로 물을 퍼 올려 꽃을 키우는 해바라기처럼 뿌리의 힘에 마음의 방향성을 보태보려 합니다. 물기가 촉촉이 베어오는 날엔 햇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합니다. 그곳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 띤 당신이 우두커니 서서, 지친 나에게 어깨를 내줄 것만 같습니다. 저는 희망일지를 쓰고 있는 중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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